지난 주말 메이저리그 3연전의 주인공은 올 시즌 최고령 투수(44세 10개월 23일) 바톨로 콜론(텍사스 레인저스)이었다.
콜론은 16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펼쳐진 휴스턴 애스트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노장 선수의 호투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는 기록. 하지만 콜론은 이날 7회까지 휴스턴 타선을 상대로 퍼펙트 게임을 펼치는 '인생투'로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8회를 넘기지 못했다. 선두 타자 카를로스 코레아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퍼펙트 행진이 깨진 콜론은 조쉬 레딕에게 우측 라인을 타고 가는 2루타를 맞으면서 무사 2, 3루 위기에 놓였다. 텍사스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으나 콜론은 투구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유리 구리엘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으나 코레아가 홈인하면서 1-1 동점을 허용한 뒤 알렉스 클라우디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팀 동료 뿐만 아니라 휴스턴 선발로 나선 저스틴 벌랜더와 덕아웃, 팬들까지 마운드를 내려가는 콜론에게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시즌 개막 전까지 콜론의 활약을 내다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두 번이나 계약을 맺었다. 2월 5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5차례 시범경기에서 18이닝을 던졌으나 방출 통보를 받았고, 이틀 만에 텍사스가 다시 내민 마이너리그 계약을 받아들여야 했다. 콜론은 지난 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 첫 선발 등판해 6이닝 7안타 4탈삼진 1실점, 승패없이 물러났지만 이후 2경기서 중간 계투에 그쳤다. '땜질용 투수' 정도로 치부됐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콜론은 빅리그 통산 240승(176패)을 거둔 투수다. 전성기 때는 최고 구속 100마일(160㎞)을 경기 내내 포수 미트에 꽂아넣을 정도로 위력적인 투구로 찬사를 받았다. 빅리그를 처음 밟은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21시즌 동안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것만 15차례다. LA 에인절스 시절이었던 2005년에는 한 시즌 최다승(21승)을 따내며 마리아노 리베라, 요한 산타나 등 내로라 하는 투수들을 제치고 사이영상을 따내기도 했다. 이듬해 팔꿈치 인대, 어깨 부상을 줄기세포 시술로 치료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2011년 뉴욕 양키스에서 8승, 평균자책점 4.00으로 찍으며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2012년 오클랜드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인 것이 드러나 5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동안의 노력 역시 약물의 힘을 빌어 얻은 것으로 평가절하 됐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찍었으나 지난해 애틀란타 브레이브스(2승8패), 미네소타(5승6패) 등 팀을 전전하며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휴스턴의 에이스이자 리그 최정상급 투수인 벌랜더와의 맞대결에서 펼쳐진 콜론의 역투엔 그간의 한이 서려 있었다.
텍사스는 1-1 동점이던 연장 10회 무사 2, 3루에서 로빈슨 치리노스가 중견수 키를 넘겨 펜스를 맞추는 결승 2루타를 때렸고, 10회말 등판한 제이크 디크먼이 1이닝을 잘 막아내 3대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텍사스는 6승11패가 됐으나 여전히 서부지구 최하위에 그쳤다. 텍사스 소속인 추신수는 1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5타수 무안타, 3경기째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