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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평범해서 더 슬픈"..'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공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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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권위적인 가정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시월드라 더 슬프다"

MBC 교양 파일럿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첫 방송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13일 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에 따르면 12일 방송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1회는 4.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도 예상보다 높지만, 그 후폭풍이 대단하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시청자 대부분은 앞다투어 "나도 그렇다"며 비슷한 자신의 사례를 언급하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해당 기사에는 1천여개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리며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방송을 위해서 특별히 지어낸 얘기가 절대 아니기에 더 슬프다"며 "현실이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생각에 우울하다"고 공감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는 배우 민지영, 개그맨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 슈퍼 워킹맘 김단빈이 출연해 신혼, 전업주부, 워킹맘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며느리들의 일상을 리얼하게 보여줬다.

특히 결혼 5년 차에 임신 8개월의 만삭인 개그맨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의 일상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공연 때문에 바쁜 남편 없이 홀로 아들과 큰 짐을 챙겨 시댁으로 간 박세미는 제사음식 준비에 바빴다. 게다가 둘째 출산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힘든 며느리에게 셋째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세미는 가족들이 식사할 때도 아이를 먹이느라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고, 아이를 재우는 시간에도 시댁 식구들은 방문 밖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눠 그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박세미는 "친정에서는 아이를 봐주신다"며 정반대의 시댁 분위기에 눈물을 쏟았다. 눈물 흘리는 그녀에게 "손님도 가족도 아닌 며느리"라는 제작진의 자막이 눈길을 끌었다.

시청자들은 "시대는 변했는데 시월드의 분위기는 변하지 않은 게 며느리들에게 더 큰 박탈감을 주는 것 같다"며 "결혼 초에 그 집 가족이 되어보려 다 맞춰주지 말라. 아무도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며느리는 절대로 딸이 될 수 없다", "지금은 남녀 똑같이 배우고 나도 귀하게 큰 딸인데 여기서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며 일꾼처럼 있어야 되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며 입을 모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출연자 남편의 SNS를 찾아가 조언을 넘어 악플을 달기도 했다. 박세미 남편 김재욱 인스타그램에는 "처가에 가서 본인은 세미 씨처럼 일하는지 궁금하다. 본인이 그렇게 못하면 아내도 시키지 말라", "당신의 부인이 '내 딸이라면?' 이라고 생각해 보라" 등을 넘어 '이혼'에 대한 언급까지 선을 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시청자들은 "비혼 장려 프로그램"이라며 방송 자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방송을 본 '82년생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 작가도 깊은 공감을 표했다. 조남주 작가는 MBC 사보에서 "'이상한 나라'에서 '안' 이상한 며느리로 살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낯설지 않다. 시어머니가 악랄하게 며느리를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 아내에게 순종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소하고 악의 없는 습관일 뿐이다. 그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스러운 이들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저 사소하고 악의 없는 습관일 뿐이라며 지워져 버린 질문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질문을 던진다"며 프로그램이 가진 의미를 평가했다.

이에대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기획한 MBC 이영백 PD(시사교양본부 콘텐츠협력센터 콘텐츠협력2부장)는 "김재욱이나 김재욱의 부모님도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남편과 부모님"이라며 출연 가족 등 개개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것에 대해 염려했다. 이영백 PD는 "우리가 전통이라고 생각하거나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바꿔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라며 기획 의도를 재차 설명했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넘겼던 고정관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것.

그는 "방송에서 보여진 문제적 장면들이 아주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공분한 것 같다며 "방송에 출연한 부모님이나 남편이 굉장히 권위적이거나 악의가 있는 분들이 아니다. 평범하고 좋은 분들이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문화, 고정관념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런 걸 서서히 바꿔나가면 좋겠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1회에서는 명절 분위기를 다뤘다면 2회부터는 조금 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려질 예정. 제작진은 "개별 가족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문제다. 그래서 제목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라고 했다. 대한민국 모든 집에서 있는 일이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ly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