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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서울 구한 고요한, 두 가지 책임감 갖고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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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을 위기에서 구한 건 '프랜차이즈 스타' 고요한(30)이었다.

고요한은 2004년 서울 입단 이후 줄곧 한 팀에서 뛰었다. 2009년부터 출전 기회를 늘려가더니 팀 주축으로 성장했다. 국가대표에 뽑힐 만큼 핵심 선수가 됐고, 현재 서울에서 가장 오래 뛴 선수가 바로 고요한이다. 그리고 고요한은 지난 11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경기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승이 없던 팀을 구해냈다. 서울은 6경기 만에 승리를 따냈다. 1승3무2패(승점 6점)으로 10위.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팀에 귀중한 첫 승이었다.

서울은 득점력 저하로 고전했다. 확실한 골잡이가 없었다. 포항전에서도 먼저 선취골을 내줬다. 그러나 고요한은 전반 31분 우측에서 올라온 안델손의 크로스를 정확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7분에는 골키퍼가 쳐낸 공을 잡아 슈팅을 날렸다. 역전하는 순간이었다. 서울은 우여곡절 끝에 첫 승을 거머쥐었다. '부주장'이자 '원클럽맨'인 고요한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이날 득점이 뜻 깊은 이유가 있었다. 고요한은 동점골을 넣은 뒤 공을 유니폼 상의에 넣는 세리머니를 했다. 임신 5개월째가 된 아내와 태어날 둘째를 위한 세리머니였다. 고요한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내가 임신 5개월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그런 세리머니가 나왔다"고 했다. 이제 두 아이의 아빠로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책임감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은 매 시즌 '슬로스타터'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 시즌은 유독 고생했다. 6경기 동안 3무2패에 그치면서 팬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홈 경기에서 '황선홍 OUT'이라는 플래 카드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포항전에서도 먼저 실점하자, 팬들의 야유 섞인 반응이 나왔다. 관중석 한 쪽에선 '정신 차려라'라는 고함이 나오기도 했다. 포항과의 홈 경기임에도 4714명의 관중들만이 축구장을 찾은 건 서울의 현재를 보여주는 씁쓸한 대목이었다.

팀에서 가장 오래된 선수로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고요한은 "팀에서 제일 오래됐고, 부주장 역할을 맡고 있다. 팀 성적으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부담감이 쌓였다.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도 많이 했다"면서 "조직력으로 하려고 했지만, 결과가 안 좋았다. 선수들과 코치진 모두 하나가 되자는 얘기를 했다. 이번에는 그런 게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속 선수로서의 자부심도 잊지 않았다. 특히, 새로 팀에 녹아든 선수들에게 조언했다. 고요한은 "조금씩 맞춰가고 있는 것 같다. 서울은 K리그를 이끌어가는 팀이다. 이 팀에 오면 모든 선수들이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경기 도중 집중력을 잃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잘 다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경기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았으면 좋겠다. 부담감을 버리고, 분위기를 이어가면 연승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두 가지 책임감을 안고 그라운드에서 서고 있는 고요한이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