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그리고 NC 다이노스를 넘어서다.
두산은 지난 시즌 준우승, 그리고 그 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한 강팀이다. NC 다이노스는 KT 위즈의 창단 바로 윗선배지만, 창단 후 곧바로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며 강팀 이미지를 굳혔다.
이에 반해 KT는 참담했다. 아무리 막내라지만, 창단 후 3년 연속 꼴찌에 그치고 말았다.
그런 KT의 2018 시즌도 마냥 전망이 밝지는 않았다. 황재균을 보강했고, 괴물신인 강백호를 뽑았다. 더스틴 니퍼트도 데려왔다. 하지만 모두 의문부호가 붙었다. 그게 즉시 전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였다.
그런데, KT의 시즌 초반이 심상치 않다. 선두 두산에 이어 두 번째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10승5패 단독 2위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설레발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15경기는 확 달라진 KT의 모습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그 시발점은 두산과의 3연전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 2연전, 그리고 강타선을 앞세운 SK 와이번스와의 3연전을 치르고 만난 우승후보 두산. KT는 창단 후 두산을 상대로 위닝시리즈(3연전 중 2승 이상을 거두는 것)를 기록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만큼 두산에 약했다. KT는 두산과의 홈 개막전에 니퍼트를 '친정 저격수'로 내세우려 했지만, 니퍼트의 어깨가 좋지 않아 이마저도 무산돼 걱정을 했다.
3월30일 1차전을 2대6으로 패했다.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던 그 때, 2차전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초반 0-8로 밀리던 경기를 20대8로 뒤집어버린 것. 여기서 선수들이 완전히 자신감을 얻었다. SK에 밀리지 않는 KT 핵타선 탄생의 시초가 된 경기. 3연전 마지막 경기까지 9대4로 이겼다. 두산 상대 창단 후 첫 위닝시리즈로 KT 구단 내부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그렇게 자신감을 얻은 KT의 다음 타깃은 넥센이었다. KT는 지난해 창원 원정 8전 전패 악몽이 있었다. 또, 매시즌 NC에 많은 승리를 헌납했다. 3연전 첫 날에는 그 마산 악몽이 재현되는 듯 했다. 직전 한화 이글스전 다 잡은 경기를 놓친 후유증이 이어지나 했다. 하지만 2점차 밀리던 9회 유한준의 극적인 역전 결승 스리런포가 터졌다. 두산을 20대8로 대파한 그날 분위기가 덕아웃에 다시 한 번 만들어졌다. KT 선수들은 뜨거워졌고, 안그래도 연패중이던 NC는 KT의 기세에 완전히 눌리고 말았다.
그렇게 KT의 창단 후 첫 NC 3연전 스윕이 완성됐다. 김진욱 감독은 "마산구장 8연패로 알고 있는데, 그 안좋았던 기운을 날려 기쁘다"고 했다.
가장 약했고, 껄끄러웠던 두 팀과의 맞대결에서 엄청난 자신감을 얻은 KT. 지난 3년과 같이 시즌 중반 힘없이 무너지지 않을 토대를 마련한 것일까. 김 감독은 "시즌 초반 공교롭게도 우승후보 팀들과의 경기가 이어졌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출발이 꼬이면 정말 힘들다. 그런데 선수들이 잘 이겨내줬다. 강팀들과의 경기를 잘 이겨내 앞으로도 선수들이 잘 싸워줄 것 같다"고 밝혔다. 올시즌 KT 야구의 결말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