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전우회의 협박을 받고 택지를 특혜 분양해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고위 관계자들에 대해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
1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 감사관실은 LH에 대해 '기관 경고'를 하고 관련자 19명에 대해서는 경고 및 주의 조치하도록 통보했다.
국토부 조사 결과 해당 관련자는 모두 48명에 달했다. 이 중 퇴직한 29명을 제외하고 남은 19명에 대해 이번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
징계를 받은 간부들은 직급별로 실장·처장급인 1급이 5명, 2급 4명, 3급과 4급이 각 5명씩이다.
LH는 2013~2015년 고엽제전우회의 협박에 시달리다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오산시 세교지구 등지의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대에 달하는 아파트 부지를 편법으로 분양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고엽제전우회에 대한 수사를 벌여 전우회 임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고엽제전우회는 특혜 분양을 요구하며 LH 사무실에서 인분이나 소화액을 뿌리고 고등어를 굽는가 하면 흉기 난동을 피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일부 임직원에 대해서는 집에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협박을 견디다 못한 LH는 '국가보훈처장 추천서'라는 이례적인 조건을 분양 우선순위로 내걸고 위례신도시 땅 4만2000㎡를 1836억원에, 세교지구 땅 6만㎡를 866억원에 전우회에 분양했다.
국토부 감사를 통해 LH 경영심의회와 소관 부서들은 법령을 위배해 고엽제전우회에 아파트 부지를 토지 기준면적 등을 초과해 분양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경징계 조치가 내려진 것은 이들이 특혜분양을 해 준 것이 대가성 때문이 아닌 협박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인 점이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