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헬 산체스(29·SK 와이번스)와 펠릭스 듀브론트(31·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을 앞두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땅을 밟은 두 외국인 투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30승대의 베테랑 투수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이들의 커리어보다 관심을 끈 것은 수술 경력이었다. 산체스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마이너 시절이었던 2015년 9월, 듀브론트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마이너 계약을 맺고 있던 2016년 4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두 선수 모두 1년여의 재활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마운드를 밟았다.
흔히 '토미존 수술'로 불리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은 손상된 팔꿈치 인대를 제거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힘줄을 끼우는 방식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힘줄이 인대처럼 변해 팔꿈치를 지탱해주고 이전의 손상된 인대와 달리 싱싱해 구위를 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이전보다 구위가 더 좋아지는 경우도 흔하다.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오승환처럼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예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수두룩하다. 거액을 들여 영입하는 외국인 투수라면 수술 전력이 꺼릴만하다. 오랜기간 이들을 관찰했다며 과감하게 영입을 선택한 SK, 롯데에게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던 이유다. 산체스와 듀브론트의 초반 활약상은 그래서 더 관심을 끌었다.
산체스의 활약상은 기대 이상이다. 정규시즌 3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1.42를 썼다. 3월 1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4이닝 동안 3안타 9탈삼진 1실점(0자책)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던 산체스는 3경기 모두 QS(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선발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최고 154㎞의 직구를 던졌고 커터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모두 수준급이었다. 150㎞ 초반의 직구와 140㎞ 중반의 커터, 체인지업을 던지다 120㎞ 후반의 커브로 타이밍을 뺏으며 타자들을 요리했다. 19이닝 동안 18탈삼진으로 이닝당 평균 1개에 근접한 탈삼진율을 보였다.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나왔던 최고 99마일(159.3㎞)의 강속구도 충분히 던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듀브론트는 정반대다. 3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은 무려 11.37에 달한다. 지난달 13일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 당시 최고 147㎞의 직구와 139㎞의 포크볼을 뿌렸으나 이후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규시즌 3경기 평균 직구 최고 구속이 140㎞ 초반이다. 지난 6일 LG전에서는 직구 구속이 130㎞ 중반까지 떨어졌다. 구속보다 더 안좋은건 경기 운영이다. 주자 유무에 따라 제구력이 들쭉날쭉하다. 듀브론트의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은 1할7푼4리였지만 주자가 있을 시엔 3할5푼4리까지 치솟았다. 3경기(총 12⅔이닝)서 퀄리티 스타트는 커녕 5이닝 이상을 던진건 3월 30일 NC 다이노스전(6이닝 5안타 5실점) 한 경기 뿐이었고 65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얻은 탈삼진은 고작 5개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내슈빌 사운즈(오클랜드 산하)에서 29경기 4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해 나쁘지 않은 재활 후 첫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롯데에서 보여주고 있는 결과물이 워낙 실망스럽다.
시즌전 두 선수를 향했던 기대반 우려반의 평가는 고작 3경기 만에 반반으로 극명히 갈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