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미 파레디스(30)에게 닥친 첫번째 위기다.
두산 베어스는 경기가 없었던 지난 9일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파레디스에 대한 우려는 시범경기때부터 피어올랐다. 공수 헤매며 6경기에서 타율 1할8푼2리(22타수 4안타) 무홈런-무타점에 그쳤던 파레디스는 변화구 대처에 대한 약점이 드러났다.
개막 이후에도 특별한 반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지만 타율 1할7푼9리(39타수 5안타) 1홈런 1타점에 불과하다. 출루율 0.220, 장타율 0.333으로 좋지 않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는 10타수 1안타에 그쳤다. 지난 주말 NC 다이노스와의 2연전에서도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하자, 결국 코칭스태프가 결단을 내렸다.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당초 두산이 파레디스에게 기대했던 역할은 스위치 히터에 내외야 수비가 가능한 '멀티' 자원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역할을 못해주고 있다.
특히 가장 기대에 못미치는 부분은 수비다. 스프링캠프에서 실전 경기를 통해 내야와 외야 모두 테스트 해봤지만, 그 결과 내야 수비는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났다. 내야 수비 경험이 있을 뿐이지 상위급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파레디스가 붙박이 우익수로 출전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초반 적응 기간을 고려해 수비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해 포지션 하나만 맡겼다. 그러나 우익수 수비도 안정감이 떨어진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고민이다. 파레디스는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 말린스에서 뛸 당시에도 포크볼에 무척 약했다. KBO리그 투수들은 일본 투수들에 비해 포크볼 구사율이 낮기 때문에, 상대 투수에 대한 분석만 마친다면 큰 문제가 없을거라 판단했지만, 약점은 여전하다. 노리는 공이 들어오면 장타가 나오기도 하지만, 떨어지는 변화구에 여지 없이 방망이가 나오니 상대 배터리도 쉽게 승부한다.
더군다나 두산은 외야 경쟁이 치열하다. 파레디스가 아니어도 지금 1군에서 잘하고 있는 정진호, 조수행도 충분히 선발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다. 경쟁에서 밀려 2군에 있는 외야수들도 얼마든지 기회를 줄만 한 자원이다.
일단 파레디스는 2군에서 재정비 기회를 갖는다. 두산도 파레디스에게 조금 더 기회를 줄 예정이다. 당장 선수를 교체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지난 시즌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닉 에반스는 팔꿈치 수술을 받아 당장 경기에 뛸 수 없다. 파레디스는 짧은 시간 내에 단점 보완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