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로 30개들이 한 판에 1만원을 넘나들던 계란 가격이 3000대까지 폭락하면서 생산농가와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6일 현재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4174원으로, 1년 전 가격인 7470원보다 44.1%나 하락했다. 이는 평년 가격인 5855원보다도 1600원 이상 싸다. 재래시장과 소규모 슈퍼마켓 등 일부 지역 소매점에서는 3000원대에 파는 경우도 많다.
계란값이 이처럼 폭락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생산농가에서 기르는 산란계(알 낳는 닭) 마릿수가 급증하면서 공급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전국을 휩쓴 사상 최악의 AI 여파로 전체 산란계의 36%인 2517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계란값이 폭등하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선 양계농가에서 앞다퉈 산란계 입식을 진행한 결과 공급과잉이 빚어진 것이다.
양계업계는 계란 30개들이 한 판 산지가격이 1000원 아래까지 떨어지면서 생산비도 못 건지는 상황이 됐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산란계 도태 등 생산농가의 자구책 강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양계업계의 정부 지원 요청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냉랭한 편이다. 특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양계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추락한 데다 AI 사태가 한창일 때 일부 업자들이 보였던 매점매석과 이윤추구 행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소비자는 "AI 사태가 한창일 때는 소비자 불편을 외면하고 폭리를 취하던 업자들이 지금 와서는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메꿔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