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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의 존재감, '배틀그라운드' vs '포트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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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네가 있어 좋다!'

'라이벌'(rival)이라는 말은 강(江)을 뜻하는 라틴어 'rivus'에서 파생된 말로, '같은 강을 둘러싸고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발전됐다. 대등한 상대가 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존재감으로도 긴장과 동시에 더 발전할 동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 글로벌에서 가장 뜨겁게 대결하고 있는 펍지주식회사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그리고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이 바로 전형적인 라이벌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에 출시된 두 게임은 동일한 장소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유저를 가리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배틀로얄' 장르를 게임의 한 카테고리로 정착시킨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전세계 사용자수는 물론이고 동시접속자수, 스트리밍 방송 시청자수 등 게임의 빅히트를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에서 경쟁적으로 수치를 발표하며 장외 대결도 한창이다.

공교롭게 에픽게임즈가 만든 '언리얼엔진4'를 함께 활용해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개발되면서 유사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스타일 차이도 분명 존재하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경쟁적 행보

'배틀로얄'은 같은 이름의 영화와 소설, 그리고 '헝거게임' 시리즈와 같은 영화를 통해 많이 알려졌고 게임에서도 내부 모드 등을 통해 쓰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의 한 장르로 인기를 모은 것은 지난해 3월 일종의 유료 테스트 버전(얼리 액세스)으로 출시된 '배틀그라운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개척한 공로는 짜릿했다.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온라인게임으로는 3년만에 대상을 다시 거머쥐었고, '게임 오브 더 이어(Game of the Year)'에서는 얼리 액세스 게임 최초로 10개의 상을 받는 등 국내외 상을 휩쓸었다. 이미 누적 판매량 3000만장을 돌파했으며, 동시 접속자수가 330만명을 넘기도 했다.

'포트나이트'는 지난해 7월 협동플레이 모드의 '세이브 더 월드'를 출시한데 이어 9월에 독립된 PvP 모드인 '배틀로얄' 모드를 출시, 본격적인 인기몰이에 나섰다. 출시 100일만에 이용자 4000만명을 넘어섰고, 132일만에 동시접속자 340명을 돌파하며 '배틀그라운드'를 공식적인 수치에서 살짝 넘어서기도 했다. 또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인 트위치TV에서 지난달 20만명에 가까운 시청자를 기록하며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같은 듯, 다른

게임 플레이 방식에선 두 게임은 분명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한 공간에 투입된 최대 100명의 유저들이 전투 지역이 줄어드는 가운데 대결을 펼치며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동일하다.

이런 면에선 '배틀그라운드'의 존재감에 '포트나이트'가 덕을 본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펍지주식회사는 에픽게임즈에 유사성에 관해 다양한 어필을 하고 있다. 하필 언리얼엔진4를 함께 쓰고 있기에, 이 엔진을 개발한 에픽게임즈가 '배틀로얄' 장르를 만들면서 내부 코드를 참고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기존의 파트너사이면서도 경쟁사가 되면서 빚어지고 있는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포트나이트'는 '배틀그라운드'에서와 같은 PvP(유저간 전투)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자원 채취를 통해 건물이나 함정을 만드는 등 '액션'과 '빌딩'을 결합한 게임으로, 좀 더 창의력을 요하는 차이점이 있다. 기존 '배틀로얄' 장르에 '마인크래프트'를 결합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또 엔진을 함께 개발하는 회사이다보니, 하드웨어 스펙이 낮은 PC에서도 충분히 돌아가는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기존 컴퓨터의 사양을 업그레이드 시키며 관련 산업군까지 활기를 되찾게 해준다면, '포트나이트'는 컴퓨터나 네트워크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가의 유저들에게 더 널리 보급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유저들간의 대결에 좀 더 열광하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저들에겐 '배틀그라운드'가, 그리고 게임에서 대결뿐 아니라 창의력 싸움을 즐겨하는 북미나 유럽 유저들에게는 '포트나이트'가 더 어필할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선 두 게임 모두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각자의 길

'배틀그라운드'는 최근 중국 텐센트를 통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출시하며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각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가장 큰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경쟁력 있는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기도 하다.

반면 '포트나이트'는 지난 4일 iOS 버전을 자체적으로 선보이는 동시에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동시에 플레이가 가능한 크로스 플랫폼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적화된 게임 덕분이기도 하지만 플랫폼과 상관없이 같은 경험을 제공,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 버전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또 '포트나이트'는 조만간 네오위즈를 통해 정식 국내 서비스에 돌입한다. 당초 4월로 예정됐지만 조금 미뤄질 가능성은 있다. 이미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11월부터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국내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기존 스팀과는 다른 국내 서버를 활용하면서도 여전히 PC방 사용시간 점유율(게임트릭스 기준)에서 20주 연속 1위를 독주하고 있다. 따라서 '포트나이트'가 한국이라는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선 '배틀그라운드'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글로벌처럼 양강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비슷한 장르에서 선점한 게임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먼저 점령한 이후 '도타2'가 글로벌 인기를 등에 엎고 야심차게 한국땅을 밟았지만, 넥슨이라는 대형 퍼블리셔가 밀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쓸쓸하게 짐을 싼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 측면에선 '배틀그라운드'가 두세발짝 앞서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외 게임 전시회에서 대회가 열렸으며, 올해부터는 OGN과 아프리카TV, SPOTV게임즈 등 국내 3개 게임방송사에서 정식 대회가 치러지고 포인트 부여를 통해 상하반기에 챔피언을 가리는 등 본격적인 e스포츠 종목화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포트나이트'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행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스트리머 방송에 더 집중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