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과 수원 삼성이 대결하는 '슈퍼매치'는 한국 프로축구 K리그가 탄생시킨 최고의 '상품'이었다. 축구팬들은 슈퍼매치를 손꼽아 기다렸고, 양 팀 선수들은 치열하게 싸웠다. 슈퍼매치 전후로 한바탕 전쟁이 휩쓸고 간 것 같았다. 그랬던 K리그에서 믿고 봤던 '슈퍼매치'의 인기가 이상하다.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1부) 시즌 첫 슈퍼매치에 역대 슈퍼매치 최소 관중 1만3122명(유료관중)이 찾았다. 경기는 0대0 무승부. 전반은 지루했고, 후반에 치고받았지만 양쪽 다 공격이 날카롭지 않았다. FC서울 황선홍 감독은 "관중을 보고 놀랐다"고 했고,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과거와 비교하면 슈퍼매치가 퇴색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역대 슈퍼매치 최다 관중은 5만5397명(2007년 4월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왜 슈퍼매치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는 더이상 슈퍼매치가 과거 처럼 볼거리가 풍성하지 않다"고 말한다. 김병지 축구 해설위원은 "과거 선수로 뛸 때는 서울과 수원 삼성 양팀에 이름을 대면 알만한 기량이 뛰어난 스타 선수들이 많았다. 지금은 좀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과 수원 삼성의 스쿼드 구성이 슈퍼매치가 한창 주가를 올렸던 시절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슈퍼매치가 열리면 관중 4~5만명이 모였던 2000년대 후반엔 두 팀에 전현직 국가대표(A대표, 청소년대표)가 수두룩했다. 또 사령탑 대결도 특색이 있었다. 수원 삼성에 차범근 감독, FC서울에 귀네슈 감독(터키 출신)이 있었다. 수원 삼성 베스트11엔 이운재 이정수 마토 에두 등이 있었고, 서울 선발 명단엔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데얀 이을용 등이 올라왔다.
'슈퍼매치'란 K리그 상품은 10년 이상 팔리고 있지만 제품의 업그레이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두 구단이 더이상 K리그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수원 삼성은 구단의 운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변했다. 구단 1년 예산이 100억원 이상 줄었다. 수원 삼성이 마지막으로 정규리그 우승한 게 2008년이다. 지금 수원 삼성 스쿼드에 예전 같은 화려함과 볼거리가 없다. A대표 차출 선수가 베테랑 염기훈 정도일 뿐이다. 서울에서 이적해온 공격수 데얀 정도가 팬들의 관심을 끌 소재다.
FC서울은 2017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까지 팀 경기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2017시즌 정규리그 5위에 그쳤다. 그리고 이번 시즌 개막 5경기에서 3무2패로 첫승을 거두지 못했다. 서울의 현재 스쿼드는 박주영 곽태휘 이상호 등 그나마 이름값만 놓고 보면 수원 삼성 보다 낫다. 그렇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떨어졌고, 최근엔 경기력까지 좋지 못하다. 9일 현재 서울(승점 3)은 중간 순위 11위, 수원 삼성(승점 8)은 5위를 달리고 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선 더이상 두 팀의 대결에 '슈퍼'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두 팀이 슈퍼매치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우수한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슈퍼매치가 쪼그라들고 있을 때 전북 현대만 지속적인 투자로 좋은 경기력을 매년 유지하고 있다.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전북 현대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정복과 그 이상 달성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예산(추정 400억원 이상)을 집행하며 매년 우수한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또 K리그 최강의 경기력으로 '전주성'을 찾는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전북 현대는 타 구단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적하고 싶은 구단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좋은 대우를 해주고, 또 매년 우승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선수 영입 경쟁이 붙으면 수원 삼성과 서울이 전북에 밀리는 경우가 잦다. 선수들이 기량에서 밀리다보니 팀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어쩜 당연하다. 수원 삼성과 서울의 팀 경기력이 전북과 격차를 보일수록 '슈퍼매치'의 상품 질은 더 떨어질 것이고, 팬들의 발길도 줄어들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