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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흐름 끊은 '특급조커' 이동국의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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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과 포항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5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8일 포항스틸야드.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최강희 전북 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빡빡한 일정에 선수들이 지친 것 같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

최 감독의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전북은 포항의 수비 조직력에 막혀 눈에 띄는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답답함 그 자체였다. 4일 치른 201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가시와(일본) 원정 여파가 커 보였다. 결국 후반 18분, 최 감독이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조커로 투입된 선수는 다름 아닌 이동국(39)이었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이 들어서자 그라운드의 에너지가 달라졌다. 전북 선수단의 눈빛이 바뀌었다. 전북 팬들 역시 '하나 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동국의 이름을 연호했다. 모두의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시간, 이동국에게 단 5분이면 충분했다.

투입과 동시에 강력한 중거리포로 감각을 끌어올린 이동국은 후반 23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그는 동료 이승기가 상대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섰다. 가볍게 몸을 푼 이동국은 정확하면서도 강력한 한 방으로 포항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포항 상대로 넣은 17번째 골. 이동국이 또 한 번 '해내는' 순간이었다. 이동국과 이적 후 친정팀을 상대로 첫 골을 성공시킨 손준호의 골을 앞세운 전북은 2대0 승리를 거두며 2위로 뛰어올랐다.

1998년 포항에서 데뷔한 이동국은 K리그의 전설이다. 472경기에서 203골을 꽂아 넣었다. K리그 역대 최다 득점. 그가 골을 넣을 때마다 K리그의 새 역사가 작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그의 역할이 조금 바뀌었다. '에이스'라는 사실에는 변함없지만, 팀 사정상 선발보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물리적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동국의 '결정력' 만큼은 변함 없다. 그는 종전까지 리그와 ACL을 병행하며 8경기에 출전, 283분 동안 5골을 넣었다. 4일 치른 가시와 원정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돼 12분 만에 득점을 완성,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전북의 특급조커. 사실 이동국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모든 선수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도 선발로 뛰는 게 더 좋다. 선발 명단에 내 이름이 없으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며 '허허' 웃었다. 하지만 이동국은 개인 욕심을 내려놓고 팀을 위해 한 발 더 달리기 시작했다.

"감독님께서는 길게 보고 팀을 꾸리신다. 내가 나와서 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되기 위해 준비를 잘 하고 있다."

선발에서 조커로 변신. 분명 차이가 있다. "선발로 나서면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 그럴 때는 모험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후반에 들어가면 골을 넣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이동국은 자신의 다짐을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펼쳐보였다. 팬들 역시 이동국의 한결같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현재 소속팀 전북 팬도, 친정팀 포항 팬도 변함없이 이동국을 응원하고 있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 이동국이 교체 투입될 때 홈과 원정팬 가리지 않고 모두가 환호했다. 이동국은 "포항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데뷔도 했다. 이곳에서 프로 경기를 보면서 꿈을 이어왔다. 이곳에서 뛰는 게 기대된다. 포항 팬들의 응원도 가슴 속에 남아있다. 이곳에서 뛰는게 즐겁다. 아직도 친구들과 지인들이 많이 응원해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원정에서 승리를 챙긴 이동국의 시선은 경남전을 향한다. "포항, 경남, 전남과 3연전을 치른다. 경남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포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