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10개팀 외국인 투수 20명 가운데 새 얼굴은 10명이다.
이들은 최저 57만5000달러에서 최대 105만달러의 보장 몸값을 받고 한국땅을 밟았다. 몸값은 다르지만 기대치는 다르지 않다고 봐야 한다. 소속팀들은 적어도 두 자릿수 승수, 1,2선발급 활약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시즌초 이들 사이에 희비가 크게 갈리고 있다. 2~3경기에 등판한 상황에서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새 외국인 투수는 3경기 정도 던져보면 실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눈에 띄는 호투를 펼치는 투수는 SK 와이번스 앙헬 산체스다. 3경기에 등판해 벌써 2승을 올렸고, 평균자책점은 1.42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하며 KBO리그에 연착륙한 모습이다. 최고 150㎞대 중반의 직구와 커터, 체인지업, 커브 모두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직구 제구가 안정적이고, 느린 공과의 볼배합을 통해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고 있다. 개막전 선발이었던 메릴 켈리가 어깨 통증으로 빠져있는 상황에서 SK는 산체스의 활약을 앞세워 시즌 초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KBO리그 최초의 대만 출신 NC 다이노스 왕웨이중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1.71을 마크중이다. 개막전 선발로 나선 그는 강력한 구위와 안정된 제구가 믿음직스럽다. 지난 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8이닝 동안 10안타를 내줬지만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노련한 경기운영을 보여줬다. 산체스와 마찬가지로 모든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직구 구속은 평균 147.2㎞이고, 커터와 싱커,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다양하다. 또 왕웨이중과 원투 펀치를 이루는 로건 베렛도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3.94를 올려 제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도 안정적이다. 세 경기에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올렸으니, 기대치는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6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는 6이닝 7안타 3실점으로 첫 승을 따냈다. 윌슨은 최고 146㎞의 직구와 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고루 구사한다. 구종이 다양하고 공끝의 움직임이 역동적이라는 분석이다. 탈삼진은 18이닝 동안 24개를 잡아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동료인 헨리 소사를 제치고 개막전 선발로 등판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두산 베어스 세스 후랭코프도 나쁘지 않은 시즌 출발을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롯데와의 데뷔전에서 6이닝 2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승리를 따냈고, 1일 KT 위즈전에서도 5이닝 동안 5안타와 4볼넷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3실점으로 막아내며 제 역할을 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0㎞까지 나오고, 커터와 투심,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던진다. 떨어지는 변화구에 능해 땅볼과 삼진 유도가 많다.
새 투수 가운데 105만달러로 최고 연봉을 받는 삼성 1선발 팀 아델만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시즌 첫 등판서 6⅔이닝 동안 7안타 5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던 아델만은 이후 2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올렸다. 3월 31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지더니 지난 8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7이닝 6안타 2실점의 호투로 첫 승을 거뒀다.
반면 한화 이글스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는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샘슨은 3경기서 3패, 평균자책점 9.22, 휠러는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7.88을 각각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제구가 낙제점이다. 롯데 펠릭스 듀브론트 역시 스피드를 내지 못하고 제구 난조만 보이면서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11.37을 기록했다. 삼성 리살베르토 보니야도 2경기에서 9⅓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12안타, 4볼넷을 내주고 평균자책점 10.61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다.
최근 시즌중 외국인 선수 교체율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올해는 퇴출을 면치 못하는 케이스가 시즌 초반부터 생길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