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바꿉니다. 우리 팀 4선발은 신재영이에요."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 단호하게 말했다. 선수에게도 그렇게 통보했다고 한다. 잠시나마 했었던 '선발 교체' 구상은 이제 당분간 서랍 속 깊숙한 곳에 넣어두기로 했다. 내심 2군행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던 신재영은 이런 신뢰에 다시 힘을 냈다. 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신인왕을 수상했던 '2016년 모드'를 재현했다.
앞선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신재영은 2패에 평균자책점 14.09로 부진했다. 장 감독이 '선발 교체' 구상을 잠시 했던 건 단순히 이런 기록상의 부진 때문만은 아니다. 두 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3일 고척 KT 위즈전 때 5회초 마운드에 올라 연습 투구를 하다가 실밥을 채는 오른손 중지 끝의 물집이 터진 게 핵심 요인이었다. 손가락 피부가 벗겨진 상태에서는 정상 투구를 할 수 없다.
장 감독은 당시 "신재영이 KT전에 5실점 했지만, 구위나 제구는 나쁘지 않았다. 초반에 수비에서 실수가 나와 실점이 늘어났을 뿐"이라며 신재영을 감쌌다. 하지만 동시에 "손가락 상태는 지켜봐야 한다. 만약 회복이 더디다면 그때는 2군에서 선발 요원을 불러올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서 장 감독은 주말 광주 원정에 신재영을 함께 데리고 와 계속 상태를 체크했다. 다행히 피부가 살짝 벗겨졌던 손가락 끝부분이 금세 아물면서 신재영은 정상 루틴으로 8일 KIA전 선발 등판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날 신재영은 잘 던졌다. 6이닝 동안 83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2홈런) 6탈삼진 무4사구로 2실점하며 올해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로저 버나디나와 이명기에게 4회와 6회에 솔로 홈런 1개씩 맞은 게 실점 내용이다. 4회말 선두타자 버나디나에게 홈런을 맞기 전 3회까지는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했다. 2016년 15승으로 신인왕을 수상할 때 바로 그 모습이었다.
이날 신재영은 평균 136㎞가 측정된 패스트볼(최고 139㎞)과 122~129㎞대의 슬라이더의 투 피치로 KIA 타선을 상대했다. 투구 분석상에는 체인지업(127㎞)을 5회에 1개 던진 것으로 나왔는데,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봐야할 듯 하다. 2016년에 비해 아직 패스트볼 구속이 2~3㎞ 덜 나오고 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제구가 안정됐기 때문이다.
1회를 삼자범퇴 처리한 신재영은 2회 1사 후 안치홍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다. 그러나 서동욱과 최원준을 삼진과 3루수 뜬공으로 처리해 위기를 넘겼다. 3회 역시 삼자범퇴. 4회 선두타자 버나디나에게 패스트볼(137㎞)을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잘못 던진 게 옥에 티였다. 이후 김주찬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신재영은 최형우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안치홍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마쳤다.
5회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끝낸 신재영은 6회 1사후 다시 이명기에게 1점 홈런을 맞았다. 이번에는 슬라이더였다. 몸쪽 공을 이명기가 잘 쳤다. 그러나 신재영은 흔들림없이 버나디나와 김주찬을 모두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넥센 타선은 신재영이 내려간 직후인 7회초 2점을 뽑아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신재영이 선발승을 따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펜진이 7회말 2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래도 신재영의 부활은 넥센 선발진에 향후 큰 힘이 될 듯 하다. 물론, 이날 같은 호투를 계속 이어갈 경우에 해당하는 전망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