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이 부상 없이 꾸준히 돌아만 가줘도…."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5선발로 이용찬을 낙점했다. 이용찬이 두번의 등판을 마친 현재까지 선택은 대성공이다. 이용찬은 2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 2.08로 가장 안정적인 투구를 해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고, 4일 LG 트윈스전에서도 7이닝을 버티며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값진 활약이다. 두산은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와 함께 장원준-유희관-이용찬으로 국내 선발진을 꾸렸다. KBO리그 경력이 있는 린드블럼과 경험 많은 장원준, 유희관은 큰 걱정이 없었다. 변수는 낯선 한국땅을 처음 밟은 후랭코프의 성공 가능성과 6시즌만에 선발로 복귀한 이용찬의 활약 여부였다. 이 두 사람이 어떤 공을 던져주느냐가 두산의 시즌 초반 최대 관건이었다.
그러나 후랭코프와 이용찬의 출발은 산뜻하다.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이 장점인 후랭코프는 초반 구위와 컨디션만 놓고 보면 린드블럼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는 스트라이크존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팀의 호흡에 급속도로 녹아들었다. 이용찬 역시 페이스가 좋다. 김태형 감독이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선발 경쟁을 예고했지만, 이용찬은 일찍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결국 지난 시즌 5선발이었던 함덕주를 중간으로 돌리고, 이용찬이 5선발을 꿰찼다. 6년만에 선발로 돌아온 이용찬이 긴 호흡을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으나 지금까지는 안정적이다.
두산은 안정적 선발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팀이다. 2015~2016시즌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강한 선발진이었다. '판타스틱4'로 불리던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이 리그 역사상 최고의 4선발로 불릴 정도로 타팀 타자들을 압도했다. 당시 유일한 약점이 불안한 불펜과 비고정적 5선발이었지만, 이닝이팅 능력까지 겸비한 선발들이 높은 승률을 유지하니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았다.
더군다나 두산은 현재 곽 빈, 이영하, 함덕주 등 20대 초중반의 어린 투수들이 불펜을 맡고있다. 특히 1년차 곽 빈이 빨리 1군 무대에 적응을 한 것은 대단한 성과지만, 문제는 어린 투수들이 아직 기복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현승까지 작은 부상으로 빠져있는 와중에, 김강률 정도만 베테랑이고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어리다. 결과를 보장하기가 힘들다.
더더욱 선발 투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4일 LG전 승리가 값졌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두산은 전날 LG와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느라 6명의 불펜 투수를 총동원 했다. 하지만 다음날 선발로 나선 이용찬이 혼자 7이닝을 책임지면서, 불펜 출혈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었다. 주중 피로가 누적되지 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개막 초반 "선발 5명이 아프지 않고 꾸준히 돌아만 가줘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했다. 흔들렸던 지난 시즌 초반과 달리, 7승3패 상위권에서 출발한 두산의 선발진이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더 높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