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걱정이 되더군요. 표적 선발인 것 같아서."
하나의 수로 두 가지 이상의 효과를 노리는 수, 역시나 '일석이조'의 심계가 담겨 있었다. KT 위즈 김진욱 감독이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2년차 좌완 박세진을 선발로 깜짝 투입한 이유다. 이를 상대해야 하는 넥센 장정석 감독은 "우리를 상대로 한 표적 선발인 것 같아 우려가 된다. 작년에 비록 길게 던지지는 않았지만, 우리 타자들이 꼼짝없이 당했었다"고 했다. 적장의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는 면에서 김 감독의 계책은 일단 효과를 보는 듯 하다.
KT는 전날 넥센전에서 2대10으로 크게 진 뒤 5일 선발로 박세진을 예고했다. 원래 KT의 5인 선발 로테이션에는 없는 투수였다. 때문에 개막 엔트리에도 빠져 있던 박세진은 내야수 김동욱과 교체돼 5일자로 1군에 등록됐다. 때문에 장 감독도 처음 박세진이 선발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상당히 의아해 했다고 한다. 종전 KT 로테이션 일정으로 보면 원래 이날은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가 나올 차례였기 때문이다. 피어밴드는 지난 3월30일 수원 두산전에 나와 5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그러면 KT 김 감독은 왜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를 준 것일까. 적어도 세 가지 노림수가 담긴 결정이었다. 일단 장 감독의 걱정대로 '넥센전 표적 선발'이 맞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박세진이 작년에 넥센을 상대로 잘 던졌기 때문에 오늘 선발로 냈다"고 인정했다. 박세진은 지난해 9월 5일 넥센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6삼진으로 무실점을 기록했었다. 마침 지난 3일 주중 첫 경기에서 넥센 타자들이 좌완 선발 금민철에게 고전했던 점도 있어 같은 좌완인 박세진을 고른 것도 한 이유다.
여기에 또 다른 노림수도 있다. 바로 올 시즌 초반 전력의 약세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팀의 에이스인 피어밴드를 투입해 '싹쓸이'를 노리겠다는 복안도 담겨있는 것이다. KT는 주중 넥센 3연전을 마친 뒤 주말에 수원 홈에서 한화와 3연전을 치른다. 하루를 더 쉬고 몸 상태를 최적으로 끌어올린 피어밴드가 주말 3연전의 첫 경기에 나오면 다음 날은 역시 5일을 쉰 고영표가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일요일 경기에는 2군에서 구위 점검을 끝낸 더스틴 니퍼트가 나올 수 있다. 선발의 힘에서 최소 위닝시리즈 또는 3연전 스윕까지도 노려볼 만 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시즌 전략 측면에서 보면 5일 넥센전보다 한화와의 주말 3연전에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판단해볼 수 있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