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실점이 아쉽다."
대승을 했고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실점인 데도 감독 입장에서는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4일 대승한 이후 기자회견 첫 소감으로 실점을 먼저 언급했다.
울산은 이날 홈에서 벌어진 멜버른 빅토리와의 ACL F조 5차전에서 6대2로 크게 이겼다. 2012년 우승 이후 6년 만에 16강 무대로 인도하는 쾌승이었다.
5-0으로 여유있게 앞선 상황에서 연속골을 허용했지만 대세에는 지장없는 실점이었다. 김 감독이 2실점을 언급한 것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한치의 방심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였다.
이어 김 감독은 선수와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선수들이 고참부터 후배에 이르기까지 이번 경기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선수들뿐 아니라 응원해주신 팬들께도 승리의 공을 돌리고 싶다."
김 감독은 이날 파격적인 변신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전문 센터백인 리차드를 박주호와 함께 더블볼란치로 올려 올시즌 볼 수 없었던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리차드는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경험이 있지만 울산에서는 줄곧 중앙 수비수였다. 우연한 결과물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수비수 임종은을 영입하면서 리차드를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준비를 해왔다. 리차드가 기대 이상으로 굉장히 잘해줬다. 내가 봐도 너무 잘했다"면서 "미드필드에 리차드의 등장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주로 4-1-4-1 포메이션을 사용해왔다. 이날 경기에서는 4-4-2로 효과를 봤다. 앞으로 전술적인 변화에 대해 김 감독은 "4-1-4-1이 기본 포메이션이지만 울산이 더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전술이라면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ACL 16강을 조기에 확정한 울산에게 남은 숙제는 K리그에서의 첫승이다. 김 감독은 "동해안더비 패배 이후 사실 나도 많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미팅을 하며 잘 극복했고 오늘 승리의 결실까지 가져왔다. 16강 진출은 칭찬받을 일이라 생각한다. 오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리그에서도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멜버른전 대승의 기운을 K리그로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