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해야죠. 더 잘할 수 있어요."
조기호 경남 대표이사는 최근 경남의 모습을 보면 감개무량, 그 자체다. 폐허 더미에 있던 팀이 K리그1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역대급 반전을 쓴 조 대표는 이 상황이 꿈같기만 하다.
처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경남 진주 부시장, 창원 제1부시장을 역임했던 조 대표는 2016년 3월 경남에 부임했다. 전임 대표들의 방만한 운영에 비리 구단이라는 낙인까지, 조 대표의 말대로 경남은 '폐허'였다. 축구를 잘 모르는 낙하산 인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 속 조 대표는 어지러운 현실과 맞서 싸워야 했다.
축구는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프로 경력이 없다는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종부 감독을 전적으로 믿었다. 올 시즌 앞두고 시와 알력을 버티는 와중에도, 김 감독을 지켜냈다. 쪽집게 용병술로 팀을 바꿔놓은 김 감독은 경남 질주의 가장 큰 이유다.
선수 영입은 구단 프런트를 믿었다. 브라질 빈민가 출신 무명의 23세 공격수를 꼭 영입해야 한다는 비 선수 출신 스카우트의 목소리. 조 대표는 직원을 믿었다. 그렇게 데려온 선수가 말컹이다. 시즌 중 임대였던 말컹을 완전 영입한 것도, 중국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잔류시킨 것도 조 대표의 결단이었다. 말컹은 이제 50억원을 넘어 100억원을 호가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조 대표는 "말컹이 지난 시즌 22골을 넣었다. 그만큼의 대우를 해줬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사석에서 '25골은 넣어야 한다'고 했다. 약속을 지킬 것 같다"며 "손흥민이 1000억원이라는데 지금 경남에서 말컹의 존재감이라면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웃었다.
열악한 살림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조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이다. 반토막 예산에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하고 눈물 흘린 적도 있다. 조 대표는 "지금도 메인스폰서가 없다. 어떻게든 스폰서 계약을 따내기 위해 기업을 만나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도지사가 오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K리그1 선두팀에 걸맞는 관중 동원을 위해서도 뛰고 있다. 조 대표는 "직원 숫자가 많지 않아 할 일이 많다. 여유가 있으면 직원도 늘릴텐데 미안할 뿐"이라며 "350만 도민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 하루 발전하는 모습에 힘든 것은 없다. 뭐든 할 수 있다며 의욕이 넘친다. 조 대표는 "김 감독이 겸손하게 잔류 이야기를 하는데, 나와 재계약하면서 13승 하라고 했다. 그러면 상위스플릿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13승 이상을 하면 성과급을 주겠다고 했다. 지금 보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