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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브르 맏형'김정환의 준우승 "안방서 빈손으로 돌아갈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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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주장, '디펜딩챔피언' 김정환(35·국민체육진흥공단)이 SK텔레콤 펜싱그랑프리 준우승 직후 투혼의 소감을 밝혔다.

김정환은 1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SK핸드볼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회 결승에서 런던올림픽-리우올림픽을 2연패한 '세계 최강' 애런 실라지(28·헝가리, 세계랭킹 5위)에게 7대15로 패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결승행에 성공했지만 아쉽게 패했다.

'톱랭커 후배' 구본길(29·국민체육공단, 세계랭킹 1위), 오상욱(23·대전대, 세계랭킹 3위) 등이 안방 부담감 속에 각각 32강, 16강에서 아쉽게 탈락한 가운데, 김정환이 나홀로 살아남았다. 남다른 책임감과 넘치는 파이팅, 절실한 투혼으로 마지막 피스트까지 굳건히 살아남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2016년 리우올림픽 개인전 동메달리스트인 김정환은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다. 사상 첫 안방 2연패를 노렸지만, 일진일퇴의 격렬했던 4강전 직후 중계 스케줄로 인해 5분만에 펼쳐진 결승에서 체력 부담으로 인해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실라지와는 많이 붙어봐서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고, 어떻게 공략할지도 파악돼 있었다. 체력적 부담 때문인지 내 호흡을 못 찾은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맏형이자 베테랑인 김정환의 분투는 매순간 찬란했다. 32강에서 프랑스의 막상스 랑베르를 15대11로 꺾고 16강에 올라 지난해 결승전 상대인 뱅상 앙스테트(프랑스)를 15대6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8강에선 이탈리아 에이스 루이지 사멜레를 15대9로 압도한 후 4강 무대에 올랐다. 4강 맞대결은 명불허전이었다. 1995년 띠동갑, 2016년 이 대회 우승자이자 지난 2월 이탈리아 파도바월드컵과 지난해 11월 알제월드컵에서 2차례 우승한 미국 에이스 엘리 더시비츠를 15대13으로 압도하고 기어이 결승에 올랐다. 몸을 아끼지 않는 집념의 플레이는 감동적이었다.

김정환은 "후배들이 지난 1년새 놀랍게 성장했다. 후배들이 안방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줄 수 있었는데 부담감 때문에 평소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8강에 혼자 남았을 때 어깨가 무거웠다. 대한민국 남자 사브르가 국민들에게 '세계 최강'으로 알려져 있는데 안방에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며 결연한 심정을 털어놨다. 후배들이 모두 탈락한 8강전, 김정환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뜨거운 파이팅은 인상적이었다. "올림픽 못지않게 절실했다. 꼭 메달을 따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후 국제대회에서 한동안 부진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한계도 느꼈다. 이대로 끝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지난해의 좋은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했다. '여기서 끝장 내자'라는 간절함으로 승부했다"고 털어놨다.

2연속 결승 진출과 함께 기어이 시상대에 올랐다. 김정환은 "12년간 국가대표로 달려왔다. 처음 6년과 나중 6년이 확연히 달랐다. 세계 정상으로 성장을 이끈 '사브르 1세대'로서,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함께 따낸 (구)본길이와 안방에서 든든한 후배 오상욱, 김준호 등과 힘을 합쳐 우리나라 사브르가 세계 정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선배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웃었다.

안방에서 후배들의 몫까지 절실하게 싸운 '백전노장' 김정환의 투혼과 집념은 아름다웠다. 최고 권위의 안방 대회에서 준우승하며 '펜싱코리아'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올림픽공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