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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개막 7연패·관중 오물 투척, 롯데의 봄은 왜 추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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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낯설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가 시련의 봄을 맞이했다.

롯데가 개막 7연패에 빠졌다. 지난달 24일 정규 시즌 개막전에서 SK 와이번스에 5대6 1점 차로 패했던 롯데는 주중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고, 부산 사직구장 개막 시리즈 중 30~31일 경기 역시 NC 다이노스에 2패했다.

두산이 만난 상대 3팀은 모두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혀도 손색이 없을만큼 까다로운 팀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팀을 만났다고 해도 롯데는 지난해 정규 시즌 3위를 기록한 팀이고, 전력 면에서는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개막 7연패에 빠졌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시즌 초반이라 '곧 이기겠지'하며 낙관적으로 내다보던 팬들도, 실망스러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1일 NC전이 끝난 후에는 한 관중이 퇴근하는 이대호의 등을 향해 치킨 상자를 던지는 일도 있었다. 보통 롯데 선수들이 중앙 출입문 앞에 모여있는 팬들 옆을 지나쳐 퇴근길에 오른다. 팬 서비스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7연패에 당한 이날 팬들의 분위기는 마냥 환호와 격려는 아니었다. 다행히 선수들 옆에 경호팀이 있고, 관중이 투척한 치킨 상자가 부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모두의 속이 상하는 결과다. 어긋난 팬심은 선수들이 더욱 큰 부담감을 안을 수밖에 없는 악효과를 낳게 했다.

개막 이후 롯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타 엇박자다. 사실 어느 하나 매끄럽지가 않다. 부진한 타선에 대한 지적도 많다. 현재 롯데 주전 멤버들 가운데 민병헌(0.259) 전준우(0.167) 이대호(0.214) 손아섭(0.231)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1할대 후반~2할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팀 홈런도 3개에 불과해,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꼴찌로 출발했다. 경기 내용을 뜯어봐도 득점 찬스에서 번번이 진루타를 만드는데 실패하면서, 한 이닝에 다 득점을 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냉정히 봤을 때 타선보다 더 시급한 것은 마운드다. 일단 선발 투수들이 6이닝을 제대로 소화해주지 못하고 있다. 빅리거 이름값을 가지고 온 펠릭스 듀브론트는 2경기에서 4이닝 5실점(4자책), 6이닝 5실점으로 지나치게 실점이 많다. 정타가 많고, 집중타를 많이 얻어맞다보니 1선발 역할을 제대로 못하주고 있다. 브룩스 레일리 역시 첫 등판에서 5이닝 3실점 부진했고, 김원중(5이닝 3실점) 송승준(5이닝 4실점 3자책) 등 압도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선발 투수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박세웅의 부상 부재가 아쉽다고는 해도, 더욱 치명적인 것은 외국인 '원투펀치' 듀오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불펜 운영도 안정적이지 않다. 필승조 박진형이 지난달 28일 두산전에서 1⅔이닝 3실점(무자책)으로 무너졌고, 마무리 손승락 역시 31일 6일만의 등판에서 ⅓이닝 4안타 5실점으로 패배의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다.

물론 롯데는 FA(자유계약선수)로 삼성 라이온즈에 이적한 전 주전 포수 강민호의 빈자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나종덕 나원탁 등 신인급 선수들로 안방을 채우기에는 아직 아쉬움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시즌 롯데의 최대 약점으로 뽑힌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정 포지션의 부진을 떠나서, 현재 롯데의 투타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어긋나있다. 전력을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지금보다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시간 문제다. 언제 반등 포인트를 찾느냐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고전했었다. NC와의 개막 시리즈는 2승1패로 나쁘지 않았으나, 4월 한달간 1승2패 '루징 시리즈'와 '스윕패' 등 마이너스 승률 싸움을 계속하다 초반 내내 6위권에 머물렀었다. 그러다 롯데가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간 원동력은 결국 투수력이었다. 선발진과 불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뒤에서 버티는 힘이 생기다보니 꾸준히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일단 침체된 분위기를 끊는 것이 필요하다. 연패에서만 벗어나도 얼마든지 흐름은 바뀔 수 있다. 거듭된 패배에 관중의 오물 투척까지. 잠 못 이뤘을 롯데는 어떻게 다시 따뜻한 봄을 맞이할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