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무한도전'이 13년만에 시청자에게 작별을 고한다. 국민 예능 '무한도전'은 전설로 남는다.
2006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해 무려 13년 간 시청자의 곁을 지켰던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무한도전'을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자 프로그램의 수장 김태호 PD는 마지막 방송 하루 전인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취재진과 만나 종영을 앞둔 소회를 전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남자들이 매주 새로운 상황 속에서 펼치는 좌충우돌 도전기를 그린 예능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에게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 그 이상의 것이다. 수많은 특집으로 시청자를 울고 웃겼던 '무한도전'은 언제나 토요일 저녁 만날 수 있었던 친구 같은 존재였던 것.
그랬던 '무한도전'은 정신적 지주였던 김태호 PD가 연출을 내려놓으면서 변화를 맞게 됐다. 오는 31일 562회 방송을 끝으로 이번 시즌 종료를 알린 것. 김태호 PD는 출연자들과 얽힌 사건 사고, 이에 따른 멤버 교체, 시청률 하락 등 여러번 위기설에 휩싸이면서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국민 예능의 타이틀을 지켰던 '무한도전'을 떠나며 시원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13년간 '무한도전'을 이끌었던 소감은.
▶사실 13년이 라는 시간이 가늠이 안됐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초중고 기간을 합친 기간 보다 길더라. 그렇게 엄청나게 긴 시간을 몸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스스로는 잘했다는 생각 보다 내가 그 때 그 판단을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나 아쉬움을 많이 떠올린다.
-어제 종방연을 진행했는데, 멤버들의 반응이 어땠나.
▶제가 조세호 씨 따라서 몇일 전에 절에 갔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는 어제 담담했는데 멤버들은 눈물도 많이 흘리셨다. 멤버들에게는 목요일에 MBC 출근하는게 세끼 먹는 것처럼 버릇이 돼 있다. 멤버들이 다음주 목요일에 MBC 돌다가 마주치치 말자, 정기적으로 등산이라도 갈까라는 말도 했다. 멤버들은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무한도전'이 종영 이후 행보가 어떻게 되나. 시즌2를 구상하는 건가.
▶사실 제가 당장 6개월에 '무한도전'으로 확실히 돌아온다는 확신이 있다면 멈추지 않았을 거다. 사실 파업 때 쉬다가 '무한도전'으로 돌아온다는 게 힘들었다. 새로운 게 아니라 같은 틀로 들어온다는 게 힘들었다. 사실 스스로 그 틀을 벗어 놓고 싶다. 제 다음 후속 프로그램은 '무한도전'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 다양한 생각을 하고 싶다.
'무한도전'을 하면서 최근에는 저의 스토릴텔링 능력을 소위 말해 탈탈 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탈탈 털어서 건조기에 건조까지 한 느낌이다. 그래서 다시 채우고 싶다. 채운 후에 일주일에 하나씩 기획안을 만들까 생각을 하지만 좀 이른 생각인 것 같다. 그 이후에는 '무한도전'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관찰 예능일 수 있고, 다른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 등을 생각해볼 것 같다. 그리고 나서 MBC에서 제게 무엇을 하라는 승인이 떨어지면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저는 무한도전을 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건 색깔이다. 몇 년전부터 무한도전의 색깔을 지켜가는게 힘든 상황이 돼서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고 자괴감까지 왔었다. 어떻게 하면 색깔을 찾아갈까 무한도전 색깔이 곧 제 색깔이라 앞으로는 그 색깔을 채우는데 시간을 쓸 것 같다. 제가 13년 동안 거의 저녁에 가족과 밥을 먹어 본적이 없어서 앞으로는 가족과 밥을 먹으면서 아들 한글공부도 시키고 싶다.
-'무한도전' 시즌2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시즌2 여부'에 대한 구체적 대답을 해달라.
▶사실 시즌이다 아니다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 왜냐면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구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조금더 자유롭게 생각나는 걸 정리해보고 싶다. 단한가지 약속 드릴 수 있는 건 대중적일지는 모르나 색깔이 분명한 걸로 인사드리고 싶다는 거다.
-시즌2로 돌아온다면 시스템적으로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싶나.
▶최근 영화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가 10주년을 맞이 했는데 마블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있다. 마블 영화가 각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들이 있는데 이 영화들이 모두 큰 세계관으로 연결되지 않나. 이에 마블 세계관을 보면서 후배들과 얘기를 했다. 특집마다 각자 연출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틀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전체적인 틀을 고민해보겠지만 구체화하는 건 후배들과 함께 해야 할 것 같다.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회사의 승인을 받게 된다면 마블 세계관 같은 그런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싶다.-만약 '시즌2'를 한다면 지금 멤버들과 다시 함께 돌아올 생각이 있나.
▶멤버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돌아오면 물론 좋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가 관성으로 '무한도전'을 만들던 게 있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해서 멈추게 된거다. 그래서 다시 돌아온다면 탈탈 털렸던 것들을 다시 채울 총알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멤버들과 더 많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멤버들이 가진 예능의 세계관도 다 다르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가 필요 할 것 같다. 저희끼리 가을 개편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했는데, 만약 돌아왔을 때 컨텐츠가 채우지지 않는 다면 실망감을 드릴 수 있기 때문에, 확답을 드릴 수 없지만 고민을 하는데 그런 것들이 채워지게 되면 다시 돌아올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유독 '무한도전'에게만 엄격했던 대중의 잣대에 섭섭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나.
▶2010년 이후로는 왜 무한도전만 타이트하게 보시지라고 서운한 적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게 다 무한도전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이게 됐다. 사실 제가 지금 자신있게 '무한도전'이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으면 좋겠지만, 그러기 힘든 상황이다.
-'무한도전'을 이끌면서 생각했던 무한도전의 컨셉트나 색깔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실 '무한도전'은 평균 이하 멤버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다. 그런데 2008년도까지 큰 사랑을 받으면서 부족함, 그리고 평균 이하라는 이미지는 사라진 것 같아서 그때부터 저희의 도전은 부족한 사람들의 개인의 도전이 아니라 예능으로서의 포맷의 도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실험하기 어려운 것을 무한도전에서 시도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무한도전'이 큰 프로젝트를 하면서 과거와 달리 재미가 없어졌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마음이 어땠나.
▶사실 저희는 계속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되 한달에 한번 '크게' 웃기자라는 마음으로 해왔다. 예전에는 한달에 두 번 세 번 웃겨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멤버들과 과거 편을 보면서 코멘터리를 하게 됐는데 2009년 전까지는 정말 많이 재미있었던 게 많더라. 그런데 2010년 이후에는 저희들이 보기에도 고통스러운 페이지들이 많이 보였다. 그때는 이제는 '무한도전'이 멈춰야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에 저희가 종방연도 하고 다음주에 스태프들과 다함께 포상휴가를 가게 됐는데 그런면에서는 '무한도전'이 예능으로서 의미를 만든 것 같아 뿌듯하다. 그리고 예능으로서 사회에 고민해 봐야 할 것들, 예능이나 선거 등에 대한 화두를 던졌었는데 우리가 받은 사랑으로 삶에 기여하는 모습을 드리고 싶었다. 가끔 그런게 계몽주의적으로 보여서 비판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일년에 한편정도는 그런걸 하는게 우리의 의미가 생각했다. 어제 하하가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였는데 지금 역사를 대변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 사실 저도 그랬고 멤버들도 그랬고 시청자들이 고민하는 것을 담으려고 많이 성장 한 것 같다.-'무한도전'을 함께 했던 모든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달라.
▶사실 유재석 씨가 없었으면 '무한도전'은 올 수 없었을 거다. 항상 가장 많은 논의를 했던 사람은 유재석씨고 가장 자신있게 해보자고 했던 사람들은 유재석 씨다. 그래서 유재석씨가 다음주 목요일부터 공허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박명수 씨는 사실 끝까지 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웃음) 박명수 씨가 본인의 색깔을 잃지 않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아시다시피 기복이 심한 분이라 저희가 그걸 가지고 큰 웃음을 터뜨렸어야 하는데 저희가 그걸 놓고 있지 않았나 싶어서 죄송하다.
정준하씨는 마음이 섬세해서 작은 것에 대해 슬퍼하시는 캐릭터인데 저희가 그걸 일일이 챙기지 못한 것들이 생각난다. 형돈이도 저희 종방연 와서 인사를 하고 갔는데, 아직도 가지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 일찍일찍 챙길 걸이라는 후회를 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리고 하하 씨 같은 경우는 축구로 치자면 미드필드의 역할이었다. 항상 하하 씨의 노력에 비해서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아 제작진으로서 미안하다. 홍철 씨도 2010년까지 큰 공을 세우셨다가 떠났는데 여전히 무한도전에 큰 사랑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세형 씨가 마음 아픈 멤버 중에 하난데 세형씨는 처음부터 너무 잘해서 초대한 멤버였지만 드러내놓고 우리 멤버라고 말하지 못했던게 미안하다. 지난 2년간 세형씨 때문에 든든하게 나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 조세호씨는 2009년 때 박장군의 기습공격때 인연을 쌓아왔다. 그때는 두드러지게 잘한다는 생각은 못했지만 그 젊은 기운이 너무 좋아서 다시 게스트로 모시게 됐고 인연을 계속 이어 왔다.
사실 작년에 노홍철 씨를 다시 영입하려고 했지만 그게 힘들다는게 확인을 하고 바로 세호씨를 모시게 됐다. 세호씨가 지난 10년을 무도에 들어오기 위한 마음으로 살았다고 어제 이야기를 했다. 짧은 시즌을 함께 해왔는데 본인은 칭찬을 많이 받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하더라.
-리더였던 유재석에 대해 말해달라.
▶찌라시에 있었던 유재석씨와 사이가 틀어졌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웃음) 유재석 씨 같은 경우는 컨텐츠에 대한 열망이 높으셔서 정말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유재석씨는 본인의 예능 철학과 임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예능이라는 고민도 많이 하신데 쉽게 본인과 타협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유재석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토크쇼를 할 수 있지만 스스로 허락하지 않는다. 제가 본 예능인 중에서 가장 많이 노력하고 준비하는 분이다. 앞으로 우리 멤버들응원해 달라.
-'무한도전'을 연출하면서 배운 점이 있나
▶'무한도전'에 관심도 없었는데 유재석씨와 한번 친해지고 싶어서 하게 됐다. 그런데 전국민과 친해지게 될지 몰랐다. 사실 앞으로도 저는 꼬리표가 무한도전 PD라고 달리게 될 것이라서 기쁘기도 하지만 안좋은 영향을 주는건 아닐까 고민도 된다. 사실 '무한도전'은 제가 만든게 아니라 함께 온 거다. 모든 공은 우리 스태프들과 작가들이 나눠가져야 하는데 제가 나서게 돼 부끄럽게 되기 한다. 저는 항상 제 의견이 정답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의 작은 의견이 큰 특집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우리 100명 가까운 스태프들이 함께 했다는 것, 함께 일하는 것이라는 걸 배웠다.-종영 이후 방송될 스페셜 특집에 정형돈이나 노홍철이 참석하진 않나.
▶코멘터리 특집은 기존 멤버 6명이 참석한다. 그들이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쭉 훑어보면서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특집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유재석, 정준하, 박명수 씨는 30대를 함께 해서 인생이 묻어있는데 그것에 관련된 소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인터뷰 위주의 방송이 될 것 같다.
-'무한도전'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청자분들에게 늘 사랑해주셔서 기대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채워주시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13년이 진짜 긴 시간인데, 멤버들 모두 각자 활동을 응원해주셨습니다. 멤버들도 아직 현실로 받아들리기 힘들겠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다같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희가 질책이 싫어서 귀를 닫으려고 했던 적은 없다. 촬영하면서 재미가 없는데도 방송에 나가야 하니까 내보내야 할 때도 있었다. 재미없는데 재미있는 척 예고를 만들고 그럴 때마다 웃어넘겨주셔서 감사하다"며 "멤버들도 사실 너무나 큰 성장을 해서 멤버들을 키우는 맛이 좀 떨어지셨을 텐데 멤버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잘 인사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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