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두 경기 연속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셧아웃 시켰다. 창단 이후 첫 우승까지 1승만 남겨뒀다.
대한항공은 2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홈 3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대0(25-22, 26-24, 25-18)으로 꺾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5선3선승제인 챔프전에서 1패 뒤 2연승으로 전세를 기울이며 지난 1986년 창단 이후 첫 챔프전 우승에 1승만 남겨두게 됐다. 챔프전 4차전은 오는 30일 계양체육관에서 벌어진다.
이날 가스파리니는 양팀 최다인 22득점을 폭발시키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성공률은 54.28%이었다. 세터' 한선수는 센터 진상헌-진성태 듀오와 레프트 곽승석 정지석 등 공격점유율을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국보급 세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결전을 앞두고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화두는 '도전'이었다. 최 감독은 "챔프전 2차전 패배 이후 선수들과 미팅을 가졌다. 우승이라는 목표는 똑같았는데 '왜 챔프전 우승을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의 대답이 다르더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은 2년 전 통합우승을 놓치고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으로 압박감과 부담감에 휩싸여 있더라. 사실 나도 우승이 목표지만 이번 시즌 선수들이 리그에서 보여줬던 희생과 팀에 대한 공헌으로 쌓인 신뢰가 경기 때 자연스럽게 나오길 바랐다. 그래서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 밝은 표정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또 "선수들이 이기기 위한 플레이를 많이 하더라. 리그에선 예측하지 않은 플레이가 나왔는데 챔프전 때는 안정적인 플레이만 나와 상대에게 읽히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인천에서 끝내겠다는 건 희망사항이지만 현실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필승의지를 다졌다. 박 감독은 특유의 농으로 긴장을 풀었다. "도로공사가 창단 첫 우승을 거뒀다. 우리도 '처음', '신기록'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박 감독은 승부의 키로 강서브를 꼽았다. 그는 "세계 배구에선 현재 서브를 잘 지도하는 감독이 대세다. 나도 나름대로 개인별로 서브 공식을 만들어 훈련하게 했다. 이것이 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 감독이 만들고 책임지니 부담없이 강서브를 넣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뚜껑이 열렸다. 1세트 초반 팽팽하던 승부에 균열을 일으킨 건 역시 강서브였다. 가스파리니의 서브 에이스로 7-5로 앞섰다. 상승세를 탄 대한항공은 한선수의 페이스 페인팅으로 8-5로 달아났다. 그러나 가스파리니의 서브와 공격 실패로 다시 추격을 허용한 대한항공은 10-8올 앞선 상황에서 신영석의 백 B 속공을 정지석이 블로킹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한선수는 고비마다 센터 진상헌과 진성태의 속공을 활용하면서 현대캐피탈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2세트에서는 대한항공의 극적인 역전이 연출됐다. 대한항공은 21-24로 내몰렸지만 강력한 집중력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상대 서브 실패를 비롯해 정지석과 진상헌의 블로킹으로 승부를 듀스로 끌고갔다. 이어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현대캐피탈의 센터 김재휘의 네트터치 범실과 가스파리니의 오픈 공격 성공으로 상승세를 탔다.
3세트에서도 대한항공은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곽승석의 백어택을 비롯해 가스파리니의 퀵오픈, 상대 범실, 가스파리니 오픈 공격이 성공됐고 정지석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9-3으로 달아났다. 이후에도 대한항공은 높은 공격성공률을 보였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주전 세터 노재욱 대신 백업 이승원이 출전해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토스워크가 다소 불안함을 보였다. 게다가 상대 강서브에 리시브라인도 많이 흔들렸다.
대한항공은 3세트 중반 현대캐피탈을 10점에 묶어두고 폭발적인 공격력을 내뿜어 16-10까지 앞서 승기를 잡았다. 추격의 의지를 잃은 현대캐피탈의 잇단 서브 범실로 손쉽게 점수를 획득한 대한항공은 날카로운 서브로 계속해서 상대 리시브라인을 흔들며 정지석의 공격으로 20점 고지를 밟은 뒤 진상헌의 블로킹과 정지석의 공격 등으로 승리를 챙겼다. 인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