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 즉 '클로저'는 프로야구 경기의 마지막에 나와 승리를 결정짓는 투수를 뜻한다. 아직 열려있는 문을 마지막으로 닿아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역할을 한다. 3점차 이내에서 클로저가 등판해 경기를 끝내면 '세이브'를 따낼 수 있다. 그래서 각 팀에서는 좋은 구위를 지닌 투수를 구하기 위해 사력을 펼친다. 올해 넥센 히어로즈는 팔꿈치 재활에 완전히 성공한 '파이어볼러' 조상우에게 이 역할을 맡겼다.
이런 조상우가 무너졌다. 리그 1호 세이브를 달성한 지난 24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 때도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사흘이 지난 27일 고척 LG 트윈스전 때 결국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고야 말았다. 천만다행으로 팀이 연장 10회말 김재현의 끝내기 2루타로 승리했지만, 조상우의 블론 세이브는 향후 팀에 큰 영향을 미칠 듯 하다.
아직은 첫 실패인데다 시즌도 이제 막 문을 열었을 뿐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조상우가 계속 마무리 역할을 맡게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이번 실패를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반성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조상우가 본격적인 '클로저'로 개막부터 시즌을 치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마무리 투수가 갖춰야 할 미덕이나 성공적인 '클로징'을 위한 노하우 등에서 역량이 떨어진다.
때문에 조상우에게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마무리로서의 자각'이다. 이를 위해 역대 KBO리그나 혹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위대한 마무리 투수들-이를테면 오승환이나 트레버 호프먼, 마리아노 리베라와 같은-의 실전 영상 등을 교재 삼아 성공적인 마무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던져야 하는 지를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나마 조상우는 구속에 관해 강점을 갖고 있다. 현 시점에서 최대 152㎞, 평균 140㎞대 후반으로 패스트볼 구속이 잡힌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는 타자들에게는 엄청난 위협 요소다. 정확히 제구된 패스트볼은 투수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무기다. 변화구는 레퍼토리가 많지 않고, 그나마 위력도 강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경우라면 자신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 단점을 커버하는 게 필요하다. 즉, 더 강한 자신감과 확신을 갖고 패스트볼을 던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조상우는 자기 공에 대한 확신이 약한 듯 하다. 때문에 24일 경기나 27일 경기 때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면서 투구수가 계속 늘어나는 현상이 포착됐다. 첫 등판 때는 1이닝 21개, 두 번째에는 1이닝 28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성공적인 클로저들은 보통 이닝당 15개 이하에서 끊는다. 공격적으로 던지기 때문이다. 조상우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