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최근 한화 이글스에서 트레이드돼 온 정범모를 곧장 27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포수로 투입했다.
김 감독은 이날 한화와의 경기에 앞서 "오늘은 정범모가 선발 출전한다"며 "이제 국내 투수들과는 어느 정도 호흡을 맞췄다"고 했다. 한화를 잘 알고 있어서가 아니다.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가 선발 등판할 때는 이전부터 호흡을 맞춰왔던 신진호가 나가고 국내투수들은 정범모가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범모에 대한 칭찬을 보탰다. 김 감독은 "정범모가 생각보다 좋더라"며 "한화에서는 기대치가 높아 부담이 많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화에서는 조인성 차일목 등 이름있는 포수 선배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또 지난 해에는 최재훈이 트레이드돼 와 정범모가 설 자리를 잃었다.
김 감독은 "이제 서른 초반이다. 지금부터 본인의 야구를 하면 된다"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해야한다. 잘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줄 생각"이라고 했다. 또 "저쪽 팀으로 볼 때보다 성격이 좀 달라졌더라. 파이팅이 많이 좋아줬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감독의 이같은 믿음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정범모는 지난 27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친정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근성있는 플레이로 김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2회 1사 1,3루에서 정범모는 중견수 플라이로 타점을 올렸다. 어떻게든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밀어치는 타격을 했다. 김경문 감독이 선호하는 팀플레이다.
4회 무사 1루 상황에서도 자칫 병살타로 끝날 수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뛰어 살았다. 당시 희생번트 사인을 받은 정범모는 번트를 댔다. 빠른 땅볼 타구를 잡은 한화 선발 윤규진은 병살타를 만들겠다는 욕심에 곧장 2루 송구를 해 김성욱을 아웃시켰다. 타구가 워낙 빨라 병살타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범모는 1루로 온 힘을 다해 뛰었고 세이프 사인을 받았다. 한화가 1루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타자주자 정범모에 대한 원심은 유지됐다.
김 감독이 말한 바로 그 '파이팅이 넘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그의 플레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투수 리드에서도 정범모는 한화 타선에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송광민 김태균 등을 맞아 선발 최금강에게 연이어 몸쪽 승부를 요구하며 좋은 결과를 낳았다. 최금강이 4회 갑작스런 제구 난조에 빠지기 전까지는 실점없이 안정적인 리드가 돋보였다.
6회에는 깔끔한 송구로 1루 주자를 아웃시키기도 했다. 6회 제라드 호잉 타석에서 투수 유원상의 폭투로 1루 주자 최진행은 2루까지 뛰었다. 하지만 공을 잡은 정범모는 곧장 유격수에게 송구해 최진행을 잡아냈다.
최진행의 진루가 성공했다면 경기 분위기가 자칫 한화에게 넘어갈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아웃카운트를 잡은 후 투수 유원상은 세타자를 범타 처리하고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 했다.
경기 후 정범모는 "친정팀과의 경기라 뭔지 모를 감정이 있었는데 경기를 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했다"며 "찬스가 있을 때 쉽게 아웃당하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친 것이 희생타를 기록한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덧붙여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잘하고 싶다.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가 이런 플레이를 계속 해 준다면 NC의 주전 포수 자리는 금새 그의 앞에 다가올 수도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