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고졸 루키 강백호(19)는 진짜 '야구 천재'인가. 생각보다 빠르게 리그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입단때 부터 집중 관심을 받았는데 어린 나이에도 천근만근 부담을 견뎌내고 있다.
강백호는 지난 2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 8번-지명타자로 출전해 시즌 2호를 뽑아냈다. 1-8로 뒤진 7회초 1사 1,3루에서 SK 두 번째 투수 김주한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밀어쳤다. 타구는 좌중간 펜스 너머로 날아가 스리런포로 연결됐다. 강백호의 스윙은 빠르고 간결하다. 하지만 팔로스로우를 끝까지 가져가며 타구에 힘을 싣는 스타일이다.
강백호는 지난 24일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상대 선발 헥터 노에시로부터 데뷔 첫타석 홈런을 뽑아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에도 밀어친 좌월홈런이었다. 일반적으로 거포들은 당겨치는 홈런이 많다. 힘을 모아 비거리를 내는 데는 밀어치기보다는 당겨치기가 훨씬 쉽다. 밀어쳐 홈런을 만들기 위해선 강한 손목 힘과 더불어 정교한 스윙기술이 필요하다.
강백호는 3경기에서 10타수 4안타(2홈런) 4타점을 기록중이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455다. 아직은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놀라운 성적이다. 27일 SK전에선 리그 정상급 강속구 투수인 앙헬 산체스를 상대로도 볼넷 1개, 안타 1개를 뽑아냈다. 빠른 볼에 대한 선구안과 대응력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25일 강백호를 상대했던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은 "직구로 승부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어린 신인 타자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해주고 싶었다는 리그 최고 에이스의 배려였다. 양현종이니 가능했던 여유일 수도 있겠다. 이제부터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조짐이다.
김진욱 KT감독은 27일 "강백호가 향후 상대 투수들의 적잖은 견제를 받을 것이다. 상대도 기세등등한 신인을 마냥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 뻔하다. 분석도 들어오고, 약점 공략도 가속화될 것이다. 강백호가 얼마나 빨리 이겨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강백호는 스윙 스피드와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나이에 이런 선수를 본 적이 없다.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 수비 리스크는 우리팀이 가지고 가야할 부분이다. 경험이 쌓이면 훨씬 좋아질 것이다. 지금은 낯선 프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고졸 신인 최다홈런은 1994년 김재현(LG 트윈스)의 21개다. 파워 면에선 캐넌 히터 김재현 못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김진욱 감독과 선배들은 하나된 마음으로 강백호의 성장을 돕고 있다. 리그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는 플러스 요인 중 하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