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베테랑 우완 송은범(34)이 시즌 초반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 실패한 FA(4년 34억원)였다. 올해도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듯 했지만 기사회생이다. 아직은 2경기 등판에 불과하다. 가야할 길이 멀다. 하지만 새롭게 장착한 신무기 투심 패스트볼이 한동안 잃었던 피칭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송은범은 27일 NC 다이노스와의 창원 마산구장 원정에서 선발 윤규진이 경기초반 무너지자 롱릴리프로 마운드에 올랐다. 2⅓이닝 1안타 1탈삼진 무실점. 4회 1사 1,2루에서 구원등판해 2사 1,2루에서 나성범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지만 이어진 2사 2,3루에서 4번 재비어 스크럭스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눈여겨볼 대목은 33개의 볼을 던지며 선보인 7개의 투심 패스트볼이다. 송은범의 직구 최고 스피드는 145km 내외. 그가 던지는 투심 패스트볼은 140km대 초반이다. 구속은 살짝 떨어지지만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타자들을 현혹시킬만한 높낮이 변화가 있다. 투심 패스트볼은 막판에 살짝 떨어지는 빠른 볼이다. 최근 몇 년간 KBO리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땅볼 제조기'다.
송은범은 지난 24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즌 개막전에서도 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속단은 이르지만 좋은 변화이다. 송은범은 지난달 한화의 2군 스프링캠프(일본 고치)에서 세 차례 연습경기에 등판해 10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코칭스태프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시범경기에서 한 차례 도망다니는 피칭(3월 16일 KT위즈전 3이닝 5안타 2실점)을 한뒤 한용덕 감독으로부터 공격적으로 임하라며 크게 야단을 맞았다.
당분간은 테스트 기간이라 할 수 있는데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박주홍 박상원 서 균 송창식 등 필승조 앞에서 비상 상황을 책임지는 롱릴리프로 중용될 수 있다.
송은범에게 투심 패스트볼을 적극 권유한 이는 송진우 투수코치다. 송 코치는 "볼 스피드보다 중요한 것은 타자들이 느끼는 까다로움이다. 실밥을 늘 다양하게 잡고 던지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송은범은 KIA 타이거즈 시절(2013~2014년)을 포함해 5시즌 연속 극도로 부진했다.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가 자랑하는 A급 투수였지만 존재감을 잃은 지 오래다. 올해는 한화와의 FA계약 마지막해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송은범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