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2018시즌 스타트가 나쁘지 않다. 개막 홈2연전에서 한화 이글스와 1승1패를 나눠가지더니 지난 27일에는 LG 트윈스를 상대로 올 시즌 첫 연장 끝내기승리를 기록했다. 연승은 없었지만, 그래도 패보다는 승이 많다. 적어도 손해는 안보고 있다.
올 시즌 넥센의 팀 컬러는 선굵은 공격야구에 가깝다. 무엇보다 4번타자 박병호의 복귀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크게 기대된다. 실제로 3경기에서 박병호는 기대했던 홈런은 치지 못했지만, 4번 타순에서 타율 4할(10타수 4안타)의 좋은 타격감을 이어나갔다. 또한 부임 2년차를 맞이한 장정석 감독도 시즌 초반임을 감안해 많은 작전을 내기보다는 일단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는 첫 승을 거둔 뒤 "해결 능력이 있는 타자들이 많아서 초반에는 (번트 등) 벤치 사인을 가급적 많이 안 내려고 한다. 차차 상황봐서 가동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타자들이 '알아서' 풀어나가도록 놔둘 순 없다. 이제 서서히 공격의 '디테일'이 필요할 듯 하다. 장 감독도 이를 생각한 듯 벤치에서 작전을 거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늘어나도 괜찮을 듯 하다. 공격에서 '힘'은 느껴지지만, '세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27일 LG전 4회말 공격이 그 대표적 장면이다. '4안타-1득점'의 매우 비효율적인 공격이 이뤄졌다. 3~6번 중심타선이 모두 안타를 쳤다. 최소한 2점 이상은 기대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단 1득점에 그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0-2로 뒤지던 상황에서 3번 타자 서건창부터 타순이 시작됐다. 서건창은 LG 선발 소사를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쳐냈다. 이어 4번 박병호도 좌전 안타를 날려 서건창을 3루로 보냈다. 무사 1, 3루의 매우 이상적인 흐름. 게다가 타순은 지난해 4번을 맡은 김하성으로 이어진다. 강공이 선택지 1번이지만, 이 밖에 다양한 작전도 가능했다. 그런데 볼카운트 2B1S에서 엉뚱하게 박병호의 2루 도루 시도가 나왔다. 결과는 실패. 1사 3루가 됐고 김하성의 우전 적시타가 곧바로 나와 서건창이 홈을 밟았다. 박병호의 단독 선택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혼선이 있었던 듯 하다.
이어 1사 1루에서 다시 고종욱이 우전 안타를 쳐 김하성을 3루까지 보냈다. 그리고 이어진 김민성 타석. 김민성은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를 1루수 앞으로 보내고 말았다. 이때 본능적으로 홈 쇄도를 하던 김하성이 협살에 걸려 아웃됐다. 고종욱과 김민성은 각각 2루, 1루에 나갔다. 또 다시 득점 실패. 2사 1, 2루에서 김태완이 중견수 뜬공에 그치며 4안타-1득점으로 이닝이 끝났다.
비록 연장전에서 이기긴 했어도 이날 넥센 야구는 '효율'과는 거리가 다소 멀었던 게 사실이다. '치고 달리는' 야구만 했을 뿐, '계산하고 만들어내는' 야구는 하지 못했다. 아직 초반이라 선수들의 다양한 가능성과 역량을 테스트 해보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제는 슬슬 '디테일'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듯 하다. 공격에서 '세기' 즉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건 벤치의 역할이다. 장 감독 역시 이 점을 알고 있다. 그가 앞으로 어떤 디테일을 만들어 낼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