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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겸 감독의 한국축구 조언 '손흥민-수비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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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축구는 달라질 것이다."

신태용호와 북아일랜드의 평가전(1대2 패)의 아쉬운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던 25일 오후 대전과의 원정경기 현장에서 최윤겸 부산 감독을 만났다.

A매치 휴식기 때문에 K리그1은 쉬고 있었지만 K리그2 대전-부산, 성남-안산전이 이날 열렸다. 평가전 직후 직접 만날 수 있던 축구인이 최 감독이었다. 자연스럽게 한참 동안 북아일랜드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최 감독은 현재 한국축구가 처한 현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진단했다.

"평가전 결과에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는 그의 진단 요지는 "전체적으로 짜임새나 전술적으로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월드컵)본선 무대에 가면 평가전과는 다른 강한 상대를 맞는다. 이에 맞춰 한국축구도 달라지는 과정인 만큼 믿고 격려하자"로 압축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표팀 안팎에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 등에 대해 덧붙였다. 제사상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참견이 아니라 축구인으로서 진솔한 조언이자 당부였다.

▶손흥민을 향한 시선, 유연하게 하자

A매치가 열렸다 하면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이가 손흥민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유럽리그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하니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당연한 시선이다. 그런 손흥민에 대해 최 감독은 "손흥민은 소속팀(토트넘)에서는 활발한데 대표팀에서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를 듣는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런 현상만 놓고 손흥민을 평가하면 안된다. 한국축구로서는 당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EPL에서는 특출난 선수가 손흥민만 있는 게 아니다. 손흥민을 평가 절하하는 게 아니라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 유럽무대다. 그만큼 상대팀으로서는 주의해야 할 선수가 많고 상대적으로 손흥민은 활발하게 움직이며 골찬스에 근접할 수 있다. 반면 손흥민이 한국대표팀에 오면 요주의 대상, 특출난 선수가 된다. 토트넘이 아닌 한국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손흥민 견제에 우선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최 감독의 설명이다. "북아일랜드전에서도 손흥민을 파울 저지부터 하는 장면이 나왔다"는 최 감독은 "주위에서 손흥민에 대한 마크를 분산시켜줘야 한다. 사실 말은 쉽지만 전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한국축구가 그동안 그래왔듯이 더 나은 길을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은 포인트 대상임을 직시하자

최 감독은 손흥민을 살리는 방법의 하나로 수비에 먼저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흥민이 공격수라고 해서 공격 전술에 의존할 게 아니라 수비적인 부분을 준비하면 손흥민의 2선 침투도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 감독은 냉철하게 러시아월드컵에서의 한국축구 위상을 지적했다. "F조 상대팀(독일, 멕시코, 스웨덴)을 객관적으로 놓고 보자. 상대는 우리를 포인트 대상(승점쌓기용)으로 본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독일, 멕시코 같은 축구 강국 입장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이런 팀들이 본선에서 한국을 만나면 북아일랜드처럼 내려서는 축구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달려들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최 감독은 "평가전에서 김진수 이 용 등 윙백이 과감하게 적진으로 올라가는 장면은 본선에서 잘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은 먼저 물어뜯기지 않아야 상대를 잡아먹을 수 있다. 수비 전술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확고하게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우리가 점유율을 가져가기보다 상대의 점유율을 빼앗는 게 효율적인 상황이 올 것이다. 본선에 가면 수비가 잡히면 손흥민도 편해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주변에서도 결과보다 과정을 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