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베테랑' 박주호(31·울산 현대)가 택배 패스로 북아일랜드전 권창훈의 선제골을 도우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신태용호가 24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윈저파크 국립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진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 1대2로 석패했다.
수비 불안과 결정력 부족은 과제로 남았지만 전반 7분 선제골 장면은 일품이었다. 중원의 박주호가 전방으로 쇄도하는 권창훈에게 왼발로 자로 잰 듯 정확한 롱패스를 건넸다. 빨랫줄처럼 쭉 뻗어나온 볼이 권창훈의 발앞에 정확히 떨어졌다. 권창훈은 침착하게 오른발로 컨트롤한 뒤 자신 있는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분데스리거 출신 박주호의 감각적인 '택배' 스루패스도, 프랑스리거 권창훈의 슈팅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이날 박주호는 '패스마스터'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함께 경기를 조율하며 베테랑의 품격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7일 이라크와의 친선전 이후 9개월만에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다.
박주호는 포백 라인 앞에서 수비를 돕는 한편,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몸놀림으로 공격작업에도 적극 개입했다. 후반 11분 골문 앞 찬스에서 마지막 슈팅까지 연결하며 공격 본능을 발휘했다. 박주호는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 주빌로 이와타(2009~2011), 스위스 바젤(2011~2014), 독일 마인츠(2013~2016), 도르트문트(2016~2017)를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왼쪽 윙백,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루 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팀 플레이어로서의 따뜻한 인성도 지녔다.
박주호에게 러시아월드컵은 간절한 꿈이다. 4년전 브라질월드컵 본선 직전, 부상한 '왼쪽 풀백' 김진수를 대신해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브라질월드컵에선 벤치를 지켰다. 단 한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발탁돼 23세 이하 후배들을 이끌고 금메달을 획득한 후 환호했다. 하지만 여전히 월드컵에 대한 갈증은 남아있다.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를 떠나 올시즌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은 가장 큰 이유 역시 월드컵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북아일랜드-폴란드와의 2연전을 앞두고 울산 박주호 카드를 뽑아들었다. 마지막 테스트 무대에 중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화답하듯 박주호는 오랜만에 나선 평가전에서 날선 킥과 수비력, 태극마크의 책임감을 보여주며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희망의 불빛을 다시 밝혔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은 "박주호가 공백을 깨고 오늘 경기를 무난하게 해줬다. 경기를 조율해주면서 기성용과 나쁘지 않은 경기를 했다. 그라운드 사정이 더 좋다면 더 잘해줄 것이다. 괜찮았다고 생각한다"며 합격점을 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