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상황이다. 너무 못한 것도, 그렇다고 잘 한 것도 아니다. 가장 고민스러운 건 최고 또는 최적의 조합이라고 믿었던 수비라인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지난 24일(한국시각) 북아일랜드전에서 포백을 가동했다. '괴물' 김민재(22·전북)의 파트너에는 홍정호(29·전북)와 윤영선(30·상주) 대신 '멀티 능력'을 갖춘 장현수(27·FC도쿄)를 택했다.
김민재-장현수는 신태용호 출항 이후 포백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는 조합이다. 둘은 지난해 9월 초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 9차전에서 함께 선발 출전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스리백이 가동돼 김영권(28·광저우 헝다)과 나란히 섰다.
이날 무조건 실점을 했다고 해서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 기존에도 수비가 불안했고 그 문제점을 알고 있었기에 해법을 통해 개선을 얼마나 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볼 필요가 있었다.
우선 실점 장면을 복기해보자. 첫 실점은 김민재가 충분히 걷어낼 수 있다고 판단되지만 두 번째 실점은 달랐다. 이는 신 감독이 이달 중순 3월 A매치 2연전에 출전할 23인의 얼굴을 공개할 때 우려했던 장면이다. 당시 신 감독은 "스웨덴이나 독일은 신체적인 조건이 우리보다 우월한데 파워로 밀고 들어왔을 때 수비수들이 얼만큼 견뎌낼 수 있을까. 자고 일어나면 코칭스태프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조직력 있는 수비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관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의 말처럼 한 마디로 알고도 당했다. 북아일랜드는 롱볼 플레이 이후 리바운드로 득점에 성공했다. 좌측 풀백 자말 루이스가 최전방으로 공을 띄웠는데 장현수가 상대 공격수 코너 워싱턴과의 몸싸움에서 밀린 것이 화근이 됐다. 뒤를 받치던 김민재는 폴 스미스의 개인기에 반응이 늦어 결국 두 번째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우측 풀백 이 용이 수비진을 파고들던 스미스를 끝까지 괴롭히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실점 장면 외에도 한국 수비는 자주 흔들렸다. 김진수(26·전북)가 전반 35분 무릎에 통증을 느껴 교체아웃된 뒤 후반 수비밸런스가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특히 김민우(28·상주)의 패스 미스가 잦았다. 무엇보다 공중볼 장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위기를 맞은 경우가 많았다. 전반 13분에는 문전으로 길게 배달된 공중볼에서 이 용이 헤딩 경쟁을 해주지 못해 슈팅까지 이어졌고 간신히 골키퍼 김승규가 막아낸 뒤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위기를 넘겼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상대의 롱스로인을 장신 수비수 가레스 맥울리가 헤딩까지 연결하는 동안 저지하는 수비수가 없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김민재와 장현수는 경험부족이 드러났다. 장현수는 2011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출전과 평가전에서만 유럽 팀을 상대했을 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호주아시안컵 등 대부분 아시아국가를 상대할 때 활용됐다. 유럽 선수들과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보여졌다. 결국 김민재-장현수 조합은 필승을 해야 하는 스웨덴전에서 최적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희망적인 부분은 없었을까.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신 감독이 제시했던 해법은 어느 정도로 수행됐을까. 만족스러운 부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뛰어준 덕분에 안정적으로 수비가 이뤄진 부분도 많았다. 다만 미드필더들의 강한 압박과 수비 가담은 긍정적이었지만 페널티박스 근처에서의 파울은 줄여야 한다. 또 기성용(29·스완지시티)과 박주호(31·울산)의 움직임이 겹치는 경우도 종종 보였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전북 수비진이 100% 가동된 것이 아니다. 폴란드전에선 장현수 대신 홍정호가 김민재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홍정호-김민재 조합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과물을 얻어야 신 감독의 고민도 어느 정도 덜어질 전망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