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너무 부드럽게만 대해줬던 것 같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 올 시즌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지난해 부임 첫해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때로는 '호랑이' 역할도 자처할 방침이다. 이미 올 시즌을 앞두고 불펜 투수들에게는 한 차례 엄포를 놓았다고 털어놨다.
2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2차전을 앞둔 장 감독은 올 시즌 불펜 운용 계획에 대해 설명하면서 "선수들에게 강한 투쟁의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3연투까지도 가능하게 몸을 만들어오라고 했다. 3연투가 안되면 1군에 부르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이 불펜진에게 강조한 '3연투'는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다. 그 정도로 몸 상태를 만들어 놓으라는 것이다. 물론 시즌을 치르다 보면 실제로 불펜 투수가 3일 연속으로 나오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장 감독도 "그런 상황을 자주 만들지는 않겠지만, 아예 배제할 순 없다"면서 "하지만 시즌 준비 과정에서 불펜 투수들에게 3연투 준비를 해오라는 건 몸과 마음을 더 단단히 만들어놓으라는 숙제를 내준 것이었다. 그걸 못 해내는 선수는 안 쓰겠다고 좀 세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이 이렇게 강한 어조로 투수들에게 숙제를 내준 이유는 지난해의 경험 때문이다. 그는 부드러운 유형의 감독이었다. 아무래도 매니저로 팀에 머문 시간이 길어 강력한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선수의 입장에서 여러 측면을 배려했다. 특히 불펜 투수진의 과부하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최대한 많은 휴식을 부여하려고 했는데, 여기서 부작용이 생겼다. 막상 불펜의 힘이 강해지도 않았을 뿐더러 선수들도 나태해지는 모습이 나타났던 것.
장 감독은 "작년에 정기적으로 휴식을 줬더니 나중에는 선수가 먼저 '오늘은 저 쉬는 날이죠?'라며 풀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때 '아 내가 너무 편하게 해줬구나'라는 반성을 하게 됐다. 그래서 투수들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미리 강한 경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장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불펜진을 다양하게 테스트하며 내부 경쟁을 유도했다. 이 역시 투쟁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시도가 지난해 팀의 약점이던 허약한 불펜을 강하게 변모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