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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토리]"돈보다 사람이 먼저" 이 용 감독, 진짜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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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한 달이 흘렀다. 진한 감동의 여운은 흥건하다. 지난 21일 열린 스포츠조선 제정 제23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으로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평창올림픽을 빛낸 동계스타들이 총출동, 마지막 지구촌 축제의 의미를 되새겼다.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 그 속에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 스포츠조선이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봅슬레이 4인승의 두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소치 금메달리스트 영입, 원윤종의 '페이스 메이커'였다

한국 봅슬레이대표팀에는 세 명의 파일럿이 있다. 그 중 올림픽에서 뛸 수 있는 주인공은 원윤종(33ㄱ강원도청)이 유일했다. 그래서 짊어져야 할 짐이 많았다. 라트비아산 BTC 썰매와 국내 굴지의 자동차기업 현대자동차에서 생산된 썰매를 비교하는 것부터 수십 개의 썰매 날 테스트까지 신경 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다만 효과를 보려면 조력자가 필요했다. 소위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 복싱의 '스파링 파트너'와 같은 존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용 봅슬레이ㄱ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40)은 외국인 코치들의 정보력을 활용해 최적의 인물을 영입했다. 4년 전 소치 대회 당시 봅슬레이 2인승에서 은메달을 딴 스위스 출신 비트 헤프티(40)였다. 이 감독은 "윤종이 혼자 훈련하면 의미가 없다. 10개의 썰매 날과 BTC와 현대자동차 썰매의 분석을 위해선 비교대상이 필요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헤프티는 정말 고마운 존재다. 그 친구가 소치 은메달리스트지만 러시아 약물 파동으로 금메달을 따게 됐다. 세계선수권도 두 번 우승, 월드컵도 15회 이상 우승했다. 그런 스타가 '썰매 불모지' 한국 봅슬레이가 기적을 일구는데 큰 도움을 줬다"며 고마움을 보였다. 또 "헤프티가 훈련을 마치고 떠날 때 윤종이에게 '전 세계에서 너를 이길 자는 아무도 없다'는 말로 강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윤종이가 2인승이 그렇게 망가졌음에도 정신적으로 빨리 회복하고 4인승에 집중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한 가지였다"고 전했다.

▶"돈보다는 사람이 우선", 진정한 '리더' 이 용 감독

봅슬레이 전담팀의 코칭스태프는 감독, 수석코치, 트레이너, 전력분석관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이 중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두 명 뿐이었다. 감독과 코치였다. 스켈레톤 전담팀도 사정은 같았다. 전력분석과 트레이너, 영양사 등은 그간 노력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감독은 용단을 내렸다. 자신의 몫을 줄이는 대신 나머지 코칭스태프와 동등하게 포상금을 나누기로 했다. 이 감독은 "내가 받는 포상금이 2억원이 조금 넘고 코치들은 1억2000만원 정도 되더라. 다 합치면 5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포상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전담팀원들이 있다. 그래서 지도자들끼리 모여 상의한 끝에 포상금을 모두 나눠 갖기로 결정지었다"고 얘기했다. 결국 인당 3000만원의 포상금이 돌아가게 됐다. 지난 6~7년간 평창올림픽에서의 결실만 바라보고 헌신한 대가로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돈'보다 더 큰 가치가 있는 '사람'을 택한 이 감독이었다. 그는 "당연히 돈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스타일이 이렇다. 당장의 3000만원, 1억원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사람이 우선이다. 전담팀도 보상의 대가가 있어야 한다. 나는 계획을 세우고 오더를 내릴 뿐인데 전담팀원들이 내 오더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줘 선수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단에도 지도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후원사에서 지급하는 포상금의 20%를 떼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27명이 동등하게 나눠 갖기로 했다. 이 감독은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딴 선수들이 '후원사 돈을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나눠주자'는 것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그래서 27명이 각각 800만원 정도 나눠가질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선수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팀워크가 올림픽에서 좋은 결실로 나타난 것 같아 지도자로서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