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시헌 여파가 있었던 것일까.
2018 시즌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모두가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프로야구 개막을 알리는 미디어데이가 2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렸다. 프로야구 10개팀을 대표하는 감독, 선수들이 참석해 시즌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감독과 선수들 모두 전체적으로 말을 조심하는 분위기. 디펜딩챔피언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타이틀 방어에 가장 위협이 될 것 같은 팀을 지목해달라"는 질문에 "9개팀 모두"라고 답했다. 사회자가 계속해서 한 팀을 찍어주길 요청했지만, 김 감독은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그렇다면 감독들이 보는 우승 후보는 누구인가. KIA 감독님부터 얘기해달라"는 요청에 "자꾸 어려운 질문을 주신다"며 쑥스러워하다 결국 "KIA 타이거즈"를 답하고 말았다.
다른 팀 감독들도 마찬가지. 창원에서 개막전에 맞붙는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과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삼성 시절 이후 류중일 감독님을 LG에서 다시 만나게 됐는데, 홈 개막전 승리로 기선제압을 할 수 있게 하겠다", "LG 감독으로 1승을 꼭 개막전에서 하고 싶다"정도가 신경전이라면 신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의 전부였다. 대부분 모범 답안 같은 대답을 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답변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나지완(KIA)은 우승 공약을 공개하는 순서에서 "지난해 양현종의 걸그룹 댄스는 정말 최악이었다. 말조심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디어데이 이후 가장 고통을 받았던 선수가 손시헌(NC)이었다. 미디어데이에서 "롯데와 8승8패를 해도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가, 시즌 성적에서 NC가 롯데에 7승9패로 밀리자 집중 포화를 맞은 것. 2016 시즌 상대전적에서 15승1패로 앞섰던 NC였기에 선수가 미디어데이에서 롯데전 각오를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었는데, 필요 이상의 화살이 날아들어 선수를 다치게 했다.
이런 전례가 있으니 참가자들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미디어데이가 방송에 생중계 되고, SNS 등으로 그 내용이 급속도로 전파된다. 무슨 말을 해도, 의도의 상관없이 전달되고 그게 증거로 남으니 조심스럽다.
개막 포부를 밝히는 미디어데이이기 때문에, 억지로 날선 대립 구도를 만들 필요는 없더라도, 적당한 신경전이 있는 게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재밌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라면 내년에도 비슷한 미디어데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