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뒷심으로 버틸 수 있을까.
kt 위즈의 봄은 또 따뜻했다. 24일 개막전을 앞둔 kt는 21일 끝난 시범경기에서 5승1패로 1위를 차지했다. 시범경기이기에 큰 의미가 없다고 하는 이들도 많지만, 시범경기라도 기분 좋은 출발을 해 나쁠 건 없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kt의 우승(?)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시범경기 우승팀이었다. "올해는 다르다"며 분위기가 좋았다. 개막 후 4월10일까지는 7승1패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4월 중순까지는 잘 버텼다. 하지만 조금씩 벌어놓은 승수를 까먹었다. 결국 4월 말 5할 승률에서 무너졌다. 그대로 kt의 시즌은 끝이었다. 한 번 내려간 분위기, 다시 끌어올리기 너무 힘들었다. 시즌 종료 후 결과는 최악이었다. 3년 연속 꼴찌.
이런 kt가 올해 역시 "다르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눈에 보이기에는 희망적 요소가 가득하다. 더스틴 니퍼트, 황재균, 강백호 등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이 가세했다. 미완의 대기로 여겨지던 젊은 선수들도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범경기를 마친 김진욱 감독은 "작년에는 누굴 넣어야 했는데, 올해는 누굴 빼야하나 걱정 중이다. 팀 전력이 좋아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t가 올시즌 성공을 거두려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버티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kt같이 젊은 팀은 지난 시즌 초반처럼 한 번 분위기를 타면 충분히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역으로 말하면 분위기를 잘못타면 한 없이 추락할 수 있는 팀이라는 것도 된다. 어떤 강팀이라도 긴 시진을 치르다 보면 위기를 맞이하기 마련이다. 이런 슬럼프를 얼마나 빨리 이겨내느냐, 이게 강팀과 약팀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kt는 지난 3년 간 여기서 부족했다. 좋았을 때의 기운을 길게 이어가지 못하고, 조금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오면 겉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선수들이 자기도 모르게 '아, 올해도 우리는 안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듯 위축된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그래서 올해는 이런 패배 의식을 버리는 게 급선무다. 위기에도 다시 올라설 수 있다는 믿음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가져야 한다.
말은 쉽다. kt 선수단도 이를 잘 알고있다. 결국, 위기 상황을 맞이하면 극복할 수 있는 로드맵이 마련돼있어야 한다. 결국 어려울 때 필요한 것들을 잘 준비해야 한다. 첫 번째는 확실한 에이스. 연패는 끊고, 연승은 이어주는 위력적인 투수가 필요하다. 올해는 니퍼트가 합류해 기대감이 높다. 라이언 피어밴드도 좋은 투수지만,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투수가 아니기에 분위기에 따라 상대가 비교적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니퍼트는 여전히 리그에서 타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투수 중 1명이다. 팔상태가 완벽치 않은 니퍼트가 시즌 승부처에서 힘을 낼 수 있게 관리가 필요하다.
베테랑들의 활용도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kt의 지난 시즌들을 보면 연패 과정 투수전 경기에서 1~2점 짜내기 야구가 안되며 아쉽게 지고, 그 다음 경기 무기력하게 대패하는 등의 패턴이 많았다. 결국 이겨야 할 경기를 못이기면 팀 분위기가 더욱 안좋아진다는 뜻이다. 필요한 1~2점의 점수를 만들어내는 건 아무래도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자신있는 부분이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젊은 선수들이 활기차게 뛰노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서도, 그들이 긴장을 느낄 때는 베테랑 선수들이 뒤를 받치는 야구가 돼야 팀 전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과연 kt의 2018 시즌은 어떻게 흘러갈까. kt가 탈꼴찌에 성공한다면, 올해 프로야구 중위권 싸움은 대혼란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