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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설문]명예의 전당 1호는 최동원, 예비 1호는 박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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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드디어 한국프로야구(KBO)에도 기념비적인 공간이 곧 조성된다. 2019년 3월 부산시 기장군에 '야구 명예의 전당'이 들어선다. 그렇다면 이 공간의 주인공인 '명예의 전당' 1호 회원의 영예는 바로 누구에게 돌아가게 될까.

그래서 스포츠조선이 야구인들에게 물었다. 창간 28주년을 기념하는 특집 설문의 의미로 야구인 100인에게 '명예의 전당 1호 입성자는 누가될까'라는 주제의 질문을 던졌다. 후보는 심사숙고해 '선동열 최동원 이종범 박철순 이승엽 백인천' 등으로 추렸지만, 그 외의 인물을 추천해도 되는 것으로 했다. 아울러 '예비 명예의 전당' 대상자라고 할 만한 선수는 누구인지도 알아봤다. '실력과 인성, 팬 서비스까지 두루 갖춘 현역 최고의 모범 선수는 누구인가'라고 물어봤다.

▶영원히 계속되는 '라이벌 매치', 최동원 1호-선동열 2호

후보군 모두 당장 명예의 전당에 헌액돼야 하는 프로야구의 레전드들이다. 순서를 정하는 게 무의미할 순 있지만, 그럼에도 '1호 헌액자'라는 영예는 불멸의 가치를 지닌다.

현장 설문 결과 고(故) 최동원 한화 이글스 2군 감독과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현역 시절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라이벌 매치'를 벌였다. 최동원이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도저히 두 명 중에 한 명만 고를 수 없다'며 똑같이 한 표씩 던진 복수 의견을 포함해 총 102표가 나왔다. 여기서 최동원이 32표, 선동열이 29표로 1, 2위를 기록했다.

최동원은 후보군 중 유일하게 10개 구단 전부에서 최소 1표 이상씩 받았다. 전 야구인이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의 현역 시절을 기억하는 수도권 A구단 단장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최동원 선배는 늘 최고의 선수이자 인간이었다"고 했다. 또 대다수 지지자들이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 뿐만 아니라 여러 기록 면에서 강한 상징성을 지닌다"고 부연했다.

최동원이 1984년 한국시리즈에 기록한 4승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불명의 기록이다. 분업화가 완전히 뿌리내린 현대 야구에서는 다시 나올 수 없는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동원의 기록에는 카리스마와 투혼, 승부근성이 모두 담겨있다. 다승왕 1회, 탈삼진왕 2회를 차지한 최동원의 한 시즌 최다인 223탈삼진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실 기록 면에서는 선동열이 최동원보다 앞선다. 활동 기간과 전성기가 더 길었기 때문이다. 1985년에 프로에 데뷔한 선동열은 1995년까지 KBO리그 통산 146승40패132세이브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했다. 다승왕 4번, 탈삼진왕 5번, 평균자책점왕 8번, 세이브왕 2번, 정규시즌 MVP 3번을 차지했다.

'무등산 폭격기'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앞세워 프로야구 초기 인기몰이에 크게 기여했고, 일본 프로야구에선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선동열은 총 29표를 얻었다. 많은 후보군 사이에서도 28%가 넘는 득표를 한 것이다.

그를 지지한 야구인들은 "말 그대로 '국보 투수'다. 모든 기록이 독보적이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승엽에 대한 높은 지지율의 의미

이번 설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해 은퇴한 이승엽. 그라운드를 떠난 지 1년이 안 됐는데도 3위에 올랐다. 그는 전체 약 22.5%에 해당하는 23표나 얻었다. 최동원과 9표, 선동열과 불과 6표 차다.

해외 사례를 놓고 보면, 이승엽은 아직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지난해까지 현역이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은퇴 후 최소 5년이 지나야 입성 자격이 부여된다. KBO리그에 구체적인 자격 요건이 마련되진 않았어도, 아직은 시기상조의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이승엽이 한국 야구에 남긴 업적 자체만 생각하면 명예의 전당 입성은 당연한 일이다. 그에 대한 지지가 많았던 것도 이런 이유로 분석된다.

이승엽에 대한 지지 의견으로는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선수", "56호 홈런 대기록의 강력한 임팩트" 등이 나왔다. 또한 "내가 겪어본 최고의 선배"라는 후배 선수들의 지지표도 많았다.

▶명예의 전당 예약 1호, 박용택

함께 진행했던 '최고의 모범 선수' 설문 내용도 흥미롭다. 소속 구단 동료를 제외한 9개 구단 선수 중 뽑아달라는 조건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전체 1위는 LG 트윈스 박용택(25표)에게 돌아갔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다. 2002년 데뷔한 박용택은 지난해까지 16시즌을 한 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 온 선수다. 지난해 사상 첫 6연 연속 150안타 기록도 세웠다. 그러면서도 스캔들 하나 없었다. 실력과 인성, 팬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지자 대부분이 "매우 훌륭한 인품을 지녔다. 지금까지 봐 온 선수 중 최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2위는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 총 17표를 얻었다. 지난해 20승에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MVP를 석권하며 실력 면에서 정점을 찍은 게 컸다. 그러나 양현종 또한 박용택과 마찬가지로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과 팬 서비스에서도 뛰어난 선수라는 평가다. 모교에 대형 버스를 기증하는 등 기부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지지 요인이 됐다.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강민호는 "실력도 좋지만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동료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12표를 얻었다. 역시 적지 않은 지지율이다. 이런 평가가 유지된다면 세 명 모두 유력한 명예의 전당 입성자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설문에서 1표를 받은 선수가 16명이 됐다. '모름' 응답자도 8표나 됐다. 친분 관계에 따라 엇갈린 의견들이 많았던 셈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25표나 얻었다는 건 그만큼 박용택이 친분 관계와 소속팀을 떠나 야구 현장의 선후배들로부터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평가를 계속 유지한다면 그는 은퇴 후 명예의 전당행을 예약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설문 참가자 명단

▶KIA 타이거즈=조계현 단장, 김기태 감독, 김종국 배요한 코치, 이석범 운영팀장, 이범호 최형우 양현종 안치홍 김선빈 ▶두산 베어스=김태룡 단장, 김태형 감독, 이강철 수석코치, 강석천 2군 감독, 김승호 운영팀장, 장원준 유희관 김강률 양의지 오재일 ▶NC 다이노스=유영준 단장, 이동욱 이도형 진종길 코치, 박보현 운영팀장, 임창민 모창민 이상호 권희동 신진호 ▶롯데 자이언츠=이윤원 단장, 조원우 감독, 이용훈 정보명 코치, 김동진 운영팀장, 박진형 김원중 김동한 나경민 박세웅 ▶SK 와이번스=염경엽 단장, 최상덕 정경배 박재상 코치, 손차훈 운영팀장, 이재원 최승준 문광은 문승원 김주한 ▶LG 트윈스=양상문 단장, 류중일 감독, 신경식 강상수 코치, 정택기 운영팀장, 박용택 유강남 진해수 양석환 이동현 ▶넥센 히어로즈=고형욱 단장, 장정석 감독, 심재학 강병식 코치, 김기영 운영팀장, 이택근 서건창 김민성 이보근 신재영 ▶한화 이글스=박종훈 단장, 한용덕 감독, 장종훈 송진우 코치, 석장현 운영팀장, 박정진 윤규진 송광민 이성열 하주석 ▶삼성 라이온즈=홍준학 단장, 김한수 감독, 성 준 2군 감독, 정현욱 코치, 박덕주 운영팀장, 장필준 김상수 구자욱 김헌곤 최충연 ▶kt 위즈=임종택 단장, 김진욱 감독, 김용국 고영민 코치, 나도현 운영팀장, 이진영 장성우 홍성용 오태곤 정 현(총 100명)



◇명예의 전당 1호 누굴까(총 102표)

최동원 : 32

선동열 : 29

이승엽 : 23

백인천 : 8

박철순 : 7

이종범 : 2

이만수 : 1



◇현역 최고 모범선수(총 100표)

박용택 : 25

양현종 : 17

강민호 : 12

박병호 : 6

김현수 : 6

오재원 : 2

박석민 : 2

유한준 : 2

나성범 : 2

전준우 : 2

1표 : 차우찬 최 정 조동찬 장원준 모창민 손시헌 허경민 한동민 신본기 서건창 박민우 박경수 손아섭 이대호 이범호 김선빈

모름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