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지는 건 없고 계속 추가만 된다. 규칙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복잡해진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자 사고가 발생했다. 2017~2018시즌 V리그의 민낯이었다.
올 시즌 V리그도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처럼 시간 단축 전쟁을 선포했다. 도구로 활용됐던 것 중 한 가지가 '서브 8초 룰'이다. 처음에는 신선했다. 볼보이에게 선수가 공을 전달받은 시점부터 주심이 8초를 잰다. 이 시간 안에 서브를 넣지 않으면 상대 팀에 서브권도 빼앗기고 1점도 내주게 된다. 그런데 시즌 초부터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산을 해보니 더 그러했다. 서브 8초 룰 위반은 정규리그 216경기에서 단 9차례(남자부 6회)에 불과했다. 일각에선 이 규칙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시간에 쫓긴 선수들이 허겁지겁 서브를 넣다 보니 질 떨어지는 서브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포지션 폴트 등 가뜩이나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심판들이 받지 않아도 될 부담까지 가중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그냥 흘려 들을 수 없는 비판이다.
또 심판의 재량에 맡기다 보니 논란의 소지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에는 절대 활용할 수 없는 규칙이기도 하다. 가령 포인트 한 개가 귀중한 챔피언결정전에서 세트스코어 2-2로 팽팽히 맞선 5세트 24-24인 상황일 경우 '서브 8초 룰'을 제대로 적용시킬 수 있는 심판이 과연 누가 있을까.
헌데 이 '서브 8초 룰'이 생기게 된 배경이 참 어이없다. 시즌 개막 전 V리그 감독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에서 생겨난 규칙인데 A팀 감독이 B팀 외국인선수를 겨냥, 제안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애물단지 같은 규칙이 돼 버렸고 지난 15일 규칙설명회 때 '8초 룰'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오자 A팀 감독은 머쓱해 하며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사실 이번 시즌은 아이러니컬한 면이 없지 않았다.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애를 쓰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는 규정이 추가됐다. 비디오판독이 한 팀에 세트당 한 차례씩 주어졌다. 비디오판독에서 오심이 드러나면 각 팀은 세트당 최대 두 번의 판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양팀 통틀어 20차례나 비디오판독이 이뤄진다. 판독 횟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기술위원회의 요구를 한국배구연맹(KOVO)이 걸러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구름 관중이 배구장에 몰리는 이유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단순함이다. 스포츠 종목을 처음 접하는 팬은 쉽게 동화되길 원한다. 언뜻 봐도 이해가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팬이 발생하게 돼 있다. 팀이 리빌딩을 하는 것처럼 팬 순환도 그 종목이 건강하게 발전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콘텐츠의 중심은 선수가 돼야 한다. 현재 V리그는 심판에게 무게 중심이 많이 쏠려있다. 물론 최종 의사결정권이 심판에게 있지만 심판이 선수보다 부각되면 팬은 반드시 떠나게 돼 있다.
KOVO는 제도개선위원회 발족을 앞두고 있다. 이제 프로배구는 제재할 것보다는 팬에게 베풀 규정을 고안해내야 한다. 그 기초는 단순함일 것이다.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