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27)과 제이슨 휠러(28)가 갈수록 믿음을 더하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는 기대 이상의 구위를 선보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선발진은 아직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샘슨은 17일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최고구속 153km의 강속구를 앞세워 5이닝 2안타(1홈런) 1실점으로 호투했다. 5이닝 투구수는 57개에 불과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세 차례 연습경기에서 9이닝 3실점하며 합격점을 받았는데 본인 장담대로 구속도 점점 올라오고 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일찌감치 샘슨을 개막전(24일 넥센 히어로즈, 고척돔) 선발로 낙점한 상태다. 구위와 자신감이 돋보인다. 향후 상대 1선발과의 맞대결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투수로 봤다.
좌완 휠러는 지난 14일 넥센과의 시범경기에서 4⅔이닝 동안 3안타(1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스피드는 145km를 찍었다. 1m98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직구와 130km대 중후반을 찍는 빠른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확실한 코너워크로 타자 몸쪽과 바깥쪽 코너에 볼 1개, 2개를 넣었다 뺐다를 할 수 있는 컨트롤러다. 한용덕 감독은 "직구가 140km대 초반만 나와도 좋겠다 싶었는데 벌써 145km를 찍었다. 직구 평균 구속도 143km를 웃돈다. 직구에도 힘이 있다. 벤치에서 봐도 마음이 놓이는 선수"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선발 후보군들은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다. 시범경기 수가 줄어들어 윤규진, 김재영 등은 아직 등판하지 않았다. 오키나와에서도 쾌조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5선발 김민우는 지난 13일 넥센과의 시범경기에서 6이닝 4안타(2홈런) 3볼넷 3실점(2자책)을 기록했지만 직구 최고구속은 140km로 살짝 아쉬웠다. 제구도 다소 흔들렸다.
7인 선발후보군에 속한 배영수와 송은범은 16일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 각각 4이닝 2실점, 3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드러난 기록보다 내용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한용덕 감독은 배영수와 송은범을 두고 "내가 원했던 공격적인 피칭을 못했다. 많이 아쉽다"고 했다. 송은범의 경우 시범경기에서 한 차례 더 던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1군 잔류도 불투명하다.
한화는 지난 2년간 외국인 선수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는데 올해는 외인 연봉을 절반 이상 삭감했다. 2016년 에스밀 로저스(190만달러, 5월 팔꿈치 부상 중도하차), 알렉스 마에스트리(5000만엔), 에릭 서캠프(45만달러, 대체), 파비오 카스티요(25만달러, 대체),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130만달러) 등 약 440만달러를 썼다.
지난해에는 알렉시 오간도(180만달러), 카를로스 비야누에바(150만달러), 로사리오(150만달러) 등 확정 연봉만 480만달러였다. 올해는 샘슨(70만달러), 휠러(57만5000달러),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70만달러) 등 총 197만5000달러를 썼다. 젊음과 건강을 염두에 두고 뽑은 샘슨과 휠러는 '가성비' 기대감을 키운다.
시범경기 성적은 어디까지나 참고자료다. 외인도 그렇고 국내 선수도 그렇다. 막상 시즌 뚜껑이 열리면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구위와 제구는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마인드 컨트롤만 잘 하면 샘슨과 휠러는 리그에 연착륙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선 외인 원투펀치와 국내 선발진의 쌍끌이가 필수다. 한화는 엇박자를 걱정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은 정우람 송창식 박주홍 박상원 강승현 권 혁 등 불펜이 줄부상으로 고생했던 지난해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팀내 전망이다. 샘슨과 휠러가 확실한 이닝이터 역할을 해준다면 국내 선발이 나서는 경기에 불펜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운드 힘을 효과적으로 선택, 집중시키는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