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은 걱정없습니다. KS입니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경기전 새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29)을 이렇게 평가했다. 윌슨은 한국 야구가 그리 낯설지 않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시절 김현수와 한솥밥을 먹는 동안며 한국 야구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듣고 온 터다. 미국과 일본서 열린 전지훈련서도 붙임성 있는 성격을 보이며 동료들과도 금세 친해졌다. 한국 음식도 잘 먹고 얼굴도 잘 생겨 야구만 잘하면 높은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를 두고 류 감독은 윌슨을 'KS(Korean Industrial Standards)'라고 평한 것이다. 윌슨이 두 차례 시범경기를 깔끔하게 소화하며 시즌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 류 감독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게 생겼다.
윌슨은 18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3안타를 맞고 1점만 내주는 깔끔한 투구를 펼쳤다. 지난 1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이닝 3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데 이어, 이날도 안정적인 피칭으로 새 무대 적응을 완벽하게 마쳤음을 알렸다.
윌슨은 총 87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 구속은 149㎞까지 나왔다. 헨리 소사와 '원투펀치'를 이룰 윌슨은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개막 2연전 중 등판할 계획이다. KBO리그 정식 데뷔를 앞두고 투구수와 이닝, 구속에서 목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1회초 선두 조수행에게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빗맞은 3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허경민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1점을 줬다. 박건우를 149㎞짜리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윌슨은 김재환을 유격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오재일을 1루수 땅볼로 가볍게 제압하며 이닝을 마쳤다.
2회에는 볼넷 1개를 내줬을 뿐 아웃카운트 3개를 가볍게 올렸다. 3-1로 앞선 3회에는 1사후 허경민에게 145㎞짜리 직구를 던지다 좌중간 2루타를 맞았지만, 박건우를 3루수 땅볼, 김재환의 볼넷 후 오재일을 2루수 땅볼로 막았다. 4회에는 아웃 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솎아냈다. 선두 지미 파레디스를 131㎞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윌슨은 오재원에게 좌중간 빗맞은 안타를 내준 뒤 장승현을 133㎞ 슬라이더, 김재호를 바깥쪽 144㎞ 직구로 각각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했다.
5회 역시 순조로운 이닝이었다. 선두 조수행과 허경민을 각각 직구로 내야 땅볼로 잡아낸 뒤 박건우를 133㎞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져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윌슨은 아웃카운트 15개 가운데 8개를 땅볼로 잡았다. 탈삼진은 6개였고, 뜬공 아웃이 1개였다. 그만큼 낮게 깔리는 제구와 타이밍을 빼앗는 볼배합이 효과적이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새 외인 투수의 경우 타자와는 달리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실력이 정규시즌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윌슨은 시범경기서 차분한 경기운영과 안정적인 제구가 돋보였다.
경기 후 윌슨은 "사실 오늘 커맨드(제구력)가 전체적으로 좋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곳에 피칭이 되지 않아 볼카운트가 불리했고 투구수도 늘어났다. 하지만 정규시즌 전에 이런 경기를 경험해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