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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발품스토리]'뜨거운 허그-태극기-격려' 성용 vs 흥민 코리언더비 현장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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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스완지(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스완지시티와 토트넘이 펼친 FA컵 8강전. 17일 영국 스완지 리버티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경기는 사실 잉글랜드 내에서는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홈팀 스완지시티보다는 원정팀 토트넘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렸다. 단판 승부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그 변수는 깊지 않았다. 양팀의 전력차는 컸다. 더군다나 스완지시티는 주포 역할을 하고 있는 조던 아예유, 안드레 아예유 형제가 빠졌다. 애시당초 싱거운 승부였다. 양 팀 팬들만 관심이 컸다. 대부분의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다른 경기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경기 결과 역시 이런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토트넘이 3대0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열렬하게 반응했다. 스완지에서 8000킬로미터나 떨어진 한국이었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손흥민(토트넘)의 맞대결, '코리언더비' 때문이었다. 경기 전부터 기사가 쏟아졌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코리언더비가 펼쳐질 가능성이 컸다. 기성용과 손흥민이 가장 마지막으로 선발 맞대결을 펼친 것은 2016년 2월이었다. 벌써 2년 전이었다. 기대감은 높아져갔다. 두 선수 모두 양 팀의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영국 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곳곳이 태극기의 물결이었다. 그 뜨거웠던 코리언더비 현장을 따라가봤다.

▶런던 패딩턴역

런던에서 스완지로 가기 위한 출발점인 패딩턴역. 100여명의 한국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6시 57분 출발하는 스완지행 첫차를 타기위해서였다. 이날 경기 티켓은 비교적 사기 쉬웠다. 스완지시티 팬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다. 스완지시티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게도 티켓을 팔았다. 한국팬들은 다들 기대감 큰 얼굴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 출발 30여분 전. 전광판에 '취소'가 떴다. 한국팬들만이 아니라 토트넘팬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날 새벽 런던에는 눈이 내렸다. 기차를 운행하기 위한 직원들이 다 출근하지 못했다. 스완지행 열차를 운영하는 GWR사는 무책임하게 첫 차를 취소시켜버렸다. 다음 기차는 오전 8시 출발. 스완지 도착은 경기 시작 30분전인 오전 11시 45분이었다. 다들 초조한 마음으로 기차를 기다렸다. 오전 7시 30분 기차가 들어왔다. 저마다 좌석을 잡기 위해 뛰어들어갔다. 벌써부터 지친 표정들이 역력했다.

스완지를 향해 기차가 출발했다. 가는 길에 있는 뉴포트, 카디프 등에서 한국팬들이 대거 기차에 올랐다. 열차 곳곳에서 한국말을 들을 수 있었다.

오전 11시 43분. 기차는 예상보다 2분 빠르게 스완지역 플랫폼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마자 달리기가 펼쳐졌다. 스완지역에서 리버티스타디움까지는 걸어서 30여분 거리.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 사람들은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어렵게 경기장으로 속속 도착했다.

▶곳곳마다 태극기

경기 시작 5분여 전 경기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경기장을 둘러봤다. 곳곳에 태극기를 든 한국팬들이 서 있었다. 현지 중계방송도 태극기를 든 한국팬들을 잡았다.

기성용과 손흥민 모두 선발출전했다. 경기 시작 전 양 팀 선수들이 서로 악수를 나눴다. 기성용과 손흥민은 진한 허그를 나누며 우정을 과시했다. 한국팬들도 함께 박수를 쳤다. 손흥민은 최전방에 나섰다.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스완지시티를 괴롭혔다. 손흥민의 움직임 덕분에 토트넘 2선 공격수들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2골, 에릭 라멜라의 1골이 모두 이 공간에서 나왔다.

전반 21분 손흥민은 시즌 19호골을 도둑맞았다.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2선에 있던 에릭센이 로빙패스를 넣었다. 손흥민은 이 볼을 잡은 뒤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부심이 깃발을 들었다. 주심도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그리고는 이어폰에 손을 가져다댔다. 비디오판독(VAR)이었다. 한참을 얘기나눴다. 오프사이드라는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느린 그림상으로는 동일선상, 즉 온사이드였다. BT스포츠나 BBC등도 '오심'이라고 지적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VAR판정은 악몽이었다. 손흥민은 오프사이드를 범한 것이 아니라 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팀 전체적으로 토트넘에게 크게 밀리던 상황이었다. 받쳐주는 이가 없었다. 고군분투했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래도 한국팬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훈훈한 선후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토트넘의 승리. 토트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FA컵 4강에 진출했다. 기성용과 손흥민 모두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피치 위 두 선수가 만났다. 서로 끌어안으며 격려했다.

라커룸. 손흥민이 다시 기성용을 찾았다. 둘은 스완지시티 쪽 라커룸에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기성용부터 믹스트존으로 나왔다. FA컵 탈락에 대해 시원섭섭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제 리그만 남았다.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펼쳐진 코리언더비에 대해서는 "둘 다 뭔가를 좀 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살짝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래도 "(손)흥민이가 잘했다"며 격려했다.

기성용과의 인터뷰 말미 손흥민이 나왔다. 서로 보며 웃었다. 인터뷰를 교대할 때 기성용은 손흥민의 어깨를 두드렸다. 손흥민은 "성용이 형과 경기장에서 얼굴보면서 경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유럽에서 같이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고 신기하다"고 했다. 골이 취소된 것에 대해서는 "VAR과 악연인 것 같다"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인터뷰까지 끝났다. 손흥민은 구단 버스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갔다. 기성용은 퇴근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미 경기가 끝나고 1시간도 더 지난 때였다. 40여명의 한국팬들이 기성용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성용은 하나하나 사인을 해주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기성용과 손흥민은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19일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날아간다. 3월 A매치 기간을 맞아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신태용호는 북아일랜드(24일), 폴란드(27일)와 친선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