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의 '고(Go)'?, '스톱(Stop)'?
최근 3년간 7조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두고 정성립 현 사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년만의 흑자전환 성과가 정 사장의 연임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내부 악재들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직원 비리에 연이은 안전사고, 노조와의 갈등 등으로 정 사장의 연임 불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특히 정 사장 취임이후 약 3년간 10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 안전의식 결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대우조선의 '구원투수'로 취임한 정 사장의 임기는 오는 5월 만료된다. 3월 말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어 정 사장의 연임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앞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조선해양 1·2대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3년간 10명 사망…안전의식 실종?
14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전 10시40분쯤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도장 작업을 위해 발판을 설치하던 A씨가 20m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하청 노동자인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목숨을 잃었다. A씨가 당시 작업중이던 선박의 탱크 내부는 조명시설이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안전점검을 하지도 않고 조명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탱크 내부 작업을 허가하고 진행시킨 것은 하청노동자를 사지로 밀어넣은 것과 다름없으며 원청인 대우조선에 책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고로 해당 현장은 3주간의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아울러 이번 사망사고와 관련해 해당 조선소 임원이 사고의 책임을 사망한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21일 회사 임원이 직원들에게 '안전지시문'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해당 문자메시지에는 '오랫동안 경험한 숙련된 작업자가 나는 괜찮겠지 하는 방심으로 안전수칙 준수를 소홀히 해 발생된 사고이기에'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노조와 직원들은 "사고원인 조사가 진행 중인데 미리 성급하게 작업자 소홀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며 반발의 목소리를 연이어 내놨다.
결국 해당 임원은 다음날인 22일 '작업전 안전점검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는데 일부 내용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며 수정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충분히 오해를 살만했다"면서 "해당 직원이 잘못했다기 보다는 안전에 더욱 유의하자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대우조선의 안전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정 사장이 취임한 2015년 5월 이후 현재까지 10명의 근로자가 작업중 목숨을 잃었다. 사고 때마다 정 사장과 대우조선해양측은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사고가 반복되면서 '빈말'에 그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단체는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비극"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원청기업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이은 안전사고 뿐만 아니라 내부 비리와 노조와의 갈등 역시 정 사장의 연임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8년간 2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직원 B씨가 적발됐다. B씨는 2008년부터 2015년 말까지 대우조선 자회사와 거래하면서 허위거래 명세서를 만드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 결국 그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대우조선은 B씨의 범행이 수년 동안 계속됐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2015년 말 그가 명예퇴직하고 나서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에도 대우조선 납품담당 직원 8명이 납품업체와 짜고 물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8억원을 챙긴 혐의가 적발됐다. 이들이 빼돌린 물품은 안전장갑 등 각종 소모품이었고, 물품을 덜 받거나 되돌려 준 뒤 뒷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잇단 직원들의 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대우조선측의 경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울러 대우조선은 지난해 말 노조측과 임단협을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6년만의 흑자 전환…'반쪽 성과' 지적도
이런 악재에도 대우조선의 경영안정화를 이끈 실적으로 정성립 사장의 연임이 무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이 대우조선 경영을 정상화하고 분식회계로 중단됐던 주식거래도 재개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것.
특히 대우조선이 6년만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7사업연도 영업이익 7330억원을 달성했다. 대우조선이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6년만이다. 매출액은 11조1018억원으로 13.4%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669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는 정 사장이 취임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등 원가 절감과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등 자구계획을 철저하게 이행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놓고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으로 인한 '반쪽 성과'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5년 4조2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2조9000억원(출자전환 포함)의 지원을 받았다. 결국 7조원 넘는 대규모 금융지원이 이번 흑자전환의 배경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편, 대우조선 사장은 채권단의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하게 된다. 대우조선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30일 개최할 주총 안건을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