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시범경기는 진짜 시범이었다. 경기 승패는 물론 선수들의 성적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보통 개막 3주전에 시작한 시범경기 초반은 특히 볼거리는 없었다.
주전들은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됐고, 1군 엔트리에 근접한 선수들이나 신인 선수들만 코칭스태프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노력했다. 전체적으로 경기는 긴장감이 없었고, 선수교체도 잦았다. 빠른 공격패턴으로 경기시간도 대부분이 3시간 이전에 끝났다. 팬들도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선수를 오랜만에 보는 즐거움 외엔 장점이 없었다. 평일엔 공짜로, 주말엔 싼값에 겨울 동안 보지 못했던 야구를 본다는 게 좋았다.
올해는 달라졌다. 개막 열흘전에 시작한 시범경기. 단 8번의 기회밖에 없고 시범경기가 끝나자 마자 개막을 하기 때문에 시범경기 동안 베스트 컨디션을 만들어내야한다. 주전들이 경기를 오래하게 됐다. 14일 대전서 열린 넥센-한화전은 주전들이 경기 후반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서건창 초이스 김태완 박병호 김하성 김민성 등 선발로 출전한 넥센의 주전급 선수들은 대부분 3∼4타석을 소화하며 6,7회까지 플레이했고, 한화 역시 주전 타자들은 4타석 정도를 치렀다. 최진행의 경우 안타가 나오지 않자 끝까지 나와 5타석을 채우기도 했다.
LG와 롯데도 주전선수들이 3번 이상 타석에 나서며 7,8회까지 뛰었다. 선수들의 표정도 가벼운 느낌보다는 좀 더 신중한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물론 팀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을 쓴다. 두산은 주전들에게 2∼3타석 정도의 시간을 주고 교체를 한다. 봐야할 선수들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KIA는 13일 두산전에선 주전들로 선발라인업을 채웠지만 14일 경기에선 백업선수 위주의 라인업을 냈다.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열흘 뒤면 정규시즌 마운드에 올라야 하기에 선발 투수들은 50구 이상 던지며 투구수를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얘전처럼 천천히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됐다.
투수나 타자 모두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에 짧은 시간내에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 그러니 경기는 정규시즌과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다. 코칭스태프로선 팀 구상을 마무리하기엔 부족한 경기수에 속이 타들어간다.
팬들은 당연히 즐겁다. 이적한 FA들, 돌아온 해외파, 새 외국인 선수, 샛별을 노리는 따끈따끈한 신인들까지 볼거리가 많은 데다 스타급 주전선수들을 더 많이 보고 더 진중한 플레이를 보니 가성비가 최고다. 여기에 최고 20도가 넘는 따뜻한 날씨까지 도와줘 즐거운 야구장이 되고 있다.
벌써부터 정규시즌 느낌이 나는 시범경기.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빨라진 일정이 시범경기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