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다. 일본 팬이 한국선수를 인종차별 했다. 눈을 찢는 시늉. 흔히 서양인들이 한국 일본 중국인 등 동양인들을 상대로 한 제스쳐다. 스포츠 현장에서 불거지면 강력한 징계를 하는 인종차별적 행위. 김진현이 같은 아시아인인 일본 축구팬에게 당했다.
세레소 오사카(일본)에서 활약 중인 골키퍼 김진현(31)이 경기 중 벌어진 인종차별행위에 강력 항의했다.
10일 가시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시와 레이솔과의 2018년 J1(1부리그) 3라운드. 1-1 동점이던 후반 34분 골킥을 준비하기 위해 관중석 쪽으로 걸어가던 김진현은 뒤돌아선 순간 갑자기 주심을 향해 격앙된 표정과 제스쳐를 취했다. 경기는 중단됐고 양팀 선수들이 모여들어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이어졌다. 3분 간 중단된 경기는 가시와 주장인 오타니 히데카쓰가 서포터스석으로 다가가 대화를 나눈 뒤 속개됐다.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마무리 됐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가시와 서포터스 중 일부가 골킥을 차기 위해 다가가는 김진현을 향해 손가락으로 두 눈을 찢는 제스쳐를 취했다'며 '김진현이 이를 인종차별행위로 지목해 주심에게 항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현은 경기 후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해당 행위를 한 서포터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다"며 "가시와 서포터스가 다양한 방법으로 집중력을 흐트리려고 하는 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조사는) 경기감독관에게 맡길 일이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레소 오사카 사장도 "김진현은 오랫동안 일본에서 뛰었기 때문에 (일본 축구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다. 그런데 오늘 꽤 화가 난 모습"이라고 말했다. 윤정환 세레소 오사카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면서도 "(경기와 관계없는) 다른 일이 일어났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시와 구단 관계자는 "경기 후 중계화면, CCTV 등을 통해 확인했으나 해당 장면을 찾지 못했다"며 "조사 후 리그 사무국 측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J리그 내 인종차별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3월 사간도스전을 관전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우라와 레즈 서포터스 소모임에서 'Japanese Only(일본인 전용)'이라는 걸개를 관중석 출입구 쪽에 걸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우라와에서 활약 중이었던 재일교포 귀화 선수인 리 다다나리(이충성)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J리그 측은 우라와 구단에 홈경기 무관중 징계 철퇴를 내렸다. 지난해에는 일본 대표출신인 모리와키 료타(우라와)가 가시마전에서 외국인 선수 레오 실바에게 손을 흔들며 '냄새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모리와키는 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일본 내에서는 장기 경기침체로 우경화가 가속화된 청년 층의 제노포비아(이방인에 대한 혐오현상을 뜻하는 말)가 경기장 내 인종차별행위로 확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진현은 동국대를 졸업한 2009년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해 현재까지 활약 중이다. 지난해까지 세레소 오사카에서 통산 333경기를 뛰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14차례 A매치에 출전했으며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앞둔 신태용호에서 김승규(고베) 조현우(대구FC)와 주전경쟁을 펼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