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미녀는 '금녀'의 벽을 깼다.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남자들만 득실대는 프로배구단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배구와 결혼했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주인공은 여성 친화 문화가 잘 정착된 대한항공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해 선수단에 힘을 보태고 있는 체력 전담 트레이너 김혜화씨(33)와 전력분석관 이주현씨(25)다.
기계체조 선수 출신인 김 트레이너는 사실 대한항공에서 일하면서 배구를 처음 접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김요한 문성민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다. 경기는 전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단의 일원이 된 지 9개월 만에 배구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조금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걸'하는 후회도 된다. 체조 말고는 다른 종목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경기가 너무 재미있다. 업으로 내 팀이 생긴 것이지만 열정이 생기면서 내 팀이 이겨야 기분이 좋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부터 여성 체조 전담 트레이너를 두고 있다. 유럽팀 경험이 풍부한 박기원 감독의 요청이 있었다. 한데 김 트레이너는 올 시즌 초반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유연성이 부족한 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 트레이너는 "체조와 배구는 종목 특성상 쓰는 근육이 다르다. 기본적인 스트레칭 동작이 '당연히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안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한선수 황승빈 김학민 선수가 유연성이 좋다"며 엄지를 세웠다.
김 트레이너는 또 다른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도 잔 부상은 있었지만 큰 부상을 한 선수들이 없었다. 그러나 임동혁과 진상헌 선수가 손등을 수술했을 때 스트레칭과 상관없는데 '내가 괜히 도움이 못해서 그런가'란 걱정도 했었다."
이 전력분석관은 체대 출신이긴 하지만 비 특기생이었다. 그러나 열정과 피나는 노력으로 국내 첫 비 선수 출신 전력분석관이 될 수 있었다. "대학교 때 9인제 동아리 활동을 했다. 기회가 닿아 삼성화재 볼보이를 하기도 했다. 전력분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어느 날 삼성화재 전력분석관에게 무작정 '분석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 1년 뒤 연락이 닿아 SBS 스포츠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전력분석을 하게 됐다. 올림픽과 터키리그도 경험했다."
이 분석관의 꿈은 비 선수 출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다. 이 분석관은 "비 선수 출신 전력분석관이란 편견이 없지 않았다. 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두 배로 더 열심히 했다. 사비를 들여 모든 경기장을 다니면서 전력분석을 했다. 그 때는 아버지께서 많이 도와주셨다"며 "일이 너무 힘든데 계속 하고 싶다. 목표가 계속 생긴다. 분석을 데이터로 만드는 것이 끝이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서 항상 더 준비가 돼 있고 더 많은 자료를 만들고 싶다. 비 선수 출신 전력분석관으로 처음이다. 좋은 선례가 되고 싶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인 이 분석관은 "물론 남자들만 있는 곳이지만 전혀 불편함은 없다. 그래서 선수들도 불편함 없이 나를 대하면서 생활하고 있다"며 웃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