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고의4구는 경기 시간을 줄이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올 시즌부터 자동 고의4구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여러 조항을 신설했다. 포수가 투수 마운드에 올라가는 횟수 변화, 교체 투수의 준비 투구 시간 제한, 주자가 없을 때 12초 이내 투구하지 않을 경우 벌금 부과, 비디오 판독 시간 제한, 타자 배트 파손 시 대비 여분 배트를 미리 준비하는 조항 등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자동 고의4구다. 지난해까지 투수가 의도적으로 타자를 볼넷 출루 시키고 싶을 때 형식적으로 4개의 공을 던졌다. 앞으로는 이 고정을 생락하고 감독이 심판에게 고의4구 의사를 전달하면 심판이 볼넷을 인정한다. 메이저리그가 지난해 이 제도를 도입하자 한국과 일본프로야구가 따라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자동 고의4구는 시작부터 여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찬성하는 야구인도 많지만, 야구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고의4구를 위해 공을 던지다 폭투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런 변수를 없애버리는 건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요소다. 실제로 멀쩡히 공을 잘 던지다가 고의4구 시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동 고의4구가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고의4구는 경기당 많아야 1~2개 정도 나온다. 아예 없을 때도 많다. 지난해 KBO리그 720경기에서 나온 고의4구는 총 185개, 경기당 0.257개였다. 2016년 140개, 2015년 211개 2014년 104개를 기록했다. 매년 들쭉날쭉했다.
고의4구는 대부분 주자가 누상에 있을 때 나온다. 투수가 세트포지션을 취하고 포수와 공 4개를 주고받는 시간은 선수들마다 다르지만, 대략 40초에서 길어야 1분 정도다. 경기당 2개가 나온다고 해도, 최장 2분 더 걸린다는 얘기다. 2분 줄어든다고 경기 시간 단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KBO리그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메이저리그에 비해 경기 중후반 투수교체가 매우 잦다. 타고투저와 맞물려 있는 부분이다. 메이저리그도 이닝에 따라 중간투수를 여러명 투입하지만, 보통 이닝 교대 때 바꾸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한국은 좌타자냐, 우타자냐에 따라 원포인트 투수들이 이닝 중간에 여러차례 투입돼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투수 교체, 연습 투구에 3~4분이 훌쩍 지나간다.
또, 투수가 공을 던지는 시간도 길다. 공을 더질 때마다 벤치에서 포수에게 사인을 주는 경우가 많다. 포수가 벤치에서 사인을 받고, 포수가 투수에 사인을 보내고, 투수와 사인 조욜을 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흐른다.
국내 투수들의 성향도 한 몫 한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투구 간격을 짧게 가져가면서 공격적으로 경기를 끌어간다. 우리는 공 1개 던지고 마운드 근처에서 서성이며 다음 투구를 구상한다. 또,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변화구와 유인구 승부가 많다보니 카운트 싸움이 늘어진다.
결국, 이런 부분이 바뀌어야 경기 시간 단축이 가능한데, 경기 내용과 연관되다보니 터치가 어렵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게 주자 없을 때 12초 룰인데, 이런 촉진룰이 주자가 있을 때 적용되지 않으면 큰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주자가 있는데 시간 안에 빨리 던지라고 하는 것도 야구의 본질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이기에 딜레마다.
자동 고의4구는 실질적 효과보다는 경기 시간을 줄이는데 함께 노력해보자는 선언 정도로 봐야할 것 같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