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오버워치 리그의 청사진을 공개했을 당시, 새로운 리그를 향한 많은 기대와 함께 우려가 공존했다.
그동안 e스포츠에서 볼 수 없었던 '지역 연고제' 기반으로 팀을 창단했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펼쳐지는 경기의 시차로 국내 시청 문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던 APEX 리그를 오버워치 리그의 하부리그 격인 컨텐더스 리그로 변경하는 등 흥행을 저해할만한 요소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버워치 리그는 우려를 씻어내고 현재 순항 중이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리그를 '트위치'와 'MLG 플랫폼' 및 '중국 스트리밍 파트너'와 함께 전 세계에 송출했고 개막 주간에 1천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기록했다. 스테이지1은 지난 11일 '런던 스핏파이어'의 우승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으며, 현재 스테이지2를 진행 중이다.
오버워치 리그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수준 높은 경기력이다. 대회 시작 전 리그에 한국 선수가 너무 많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지만, 참여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e스포츠 관람의 본질적인 이유를 충족시키고 있다.
수준급 선수들이 집결하다 보니 순위 싸움 역시 치열해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1위부터 6위까지 승차가 단 3경기 밖에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위권에 쳐져 있던 팀들이 스테이지2에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혼전이 예상된다. 또한 순위 싸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라이벌 구도는 리그에 스토리를 더하고 있다.
발전된 관전 모드 역시 주목할 만하다.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오버워치 리그를 정통 스포츠처럼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는데, 이를 위한 선결 과제가 관전 모드 개선이었다.
블리자드는 다방면으로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관성의 개선이다. 팀 유니폼 컬러의 홈, 어웨이 영웅 스킨으로 가시성과 더불어 피아식별을 개선하며 과거 윤곽선만으로 선수를 구별해야 했던 불편함을 해결했다. 영웅의 스킬 역시 팀 유니폼 색깔에 맞게 수정됐다. 특히 팀 유니폼은 게임에서 스킨으로 판매되며 시청과 함께 게임을 직접 즐기는 유저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옵저빙은 '리플레이'와 '슬로우 모션' '3인칭 스마트 카메라' 기능을 추가하며 한 단계 발전했다. 과거 1인칭 시점으로 화면을 송출할 때에 비해 전체적인 팀의 진형이나 전술을 파악하기 쉬워졌으며, 공중에서 전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탑뷰' 기능은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밖에도 각 영웅 별 피해량 통계와 세부적인 데이터 등 유의미한 지표로 분석의 가치를 높였고, 오버워치 리그와 게임을 연계한 각종 이벤트로 유저를 시청자로 유입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막 스테이지2에 들어선 오버워치 리그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놓고 평가한다면 충분히 성공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리그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이 다소 존재한다.
첫 번째는 하부 리그 관리다. 국내는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로 19일 개막될 예정이다. 하부 리그는 오버워치 리그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들이 상위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명 선수들이 대거 오버워치 리그로 빠져나갔기에 관심을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버워치 리그의 경기 수준을 유지하려면 실력 있는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상위 리그에 진출해야 한다. 때문에 오버워치 컨텐더스를 위한 블리자드의 지속적인 지원 및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지역 연고제다. 오버워치 리그가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홈앤어웨이 경기 방식의 지역 연고제인데, 현재 참가팀 중 홈 경기장을 마련한 구단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모든 경기가 미국에서 치러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지역 연고제가 진행되는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리그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다만 블리자드가 그동안 스타크래프트를 필두로 e스포츠 사업을 진행하며 리그 운영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향후 발전된 모습의 오버워치 리그를 선보일 가능성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인사이트 김동준 기자 kimdj@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