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리은행 위비의 박혜진이 2시즌 연속이자 통산 4번째 MVP에 오르며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했다.
박혜진은 8일 서울 더케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MVP에 선정됐다.
박혜진은 35경기 전경기에 출전해 평균 38분15초를 뛰며 평균 14.5득점, 5.2리바운드, 5.1어시스트, 1.2스틸 등 출중한 기록을 보였다.우리은행의 우승이 힘들 것이란 예상을 깰 수 있었던 것은 박혜진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청주 KB스타즈의 박지수가 대항마로 거론됐었다. 박지수는 35경기에 출전해 평균 35분9초를 뛰면서 14.2득점, 12.9리바운드, 3.3어시스트, 2.5블록슛을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활약을 보였다.
우승을 이끈 가드 박혜진과 군계일학의 센터로 활약한 박지수의 대결로 흥미를 끈 이번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은 박혜진의 손을 들었다. 총투표 98표 중 박혜진에게 67표가 쏟아졌다. 박지수는 28표를 얻었다.
박혜진은 이날 MVP를 비롯해 윤덕주상, 베스트5, 3득점상, 어시스트상 등 5관왕에 올랐다. 박혜진이 MVP에 오른 것은 지난 2013∼2014, 2014∼2015시즌과 지난시즌에 이어 네번째다. 6차례 수상한 정선민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상을 했다. 박혜진은 BEST5와 자유투, 어시스트상도 받아 4관왕에 올랐다.
다음은 박혜진과의 일문일답.
-2시즌 연속, 통산 4번째 MVP다.
▶솔직히 내가 작년에 이자리에 서면서 어쩌면 선수생활을 하면서 이자리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또 이번 시즌 시작하면서 팀도 불안했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하다보니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힘든 시즌이었는데 워낙 마무리가 좋아 팀이 우승하면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됐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는 힘은 감독님의 영향이 크다. 감독 코치님들에게도 감사하다.
-박지수와 경쟁이 치열했다.
▶이번에 박지수와 MVP 경쟁이 치열했는데 솔직히 내가봐도 박지수는 리그를 장악하는 수준으로 충분히 인정해줄만한 선수다. 그래서 내가 못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MVP인데 혹시나 받으면 수상 소감이 없으면 밋밋할 것 같아 준비했다.
-구리 KDB생명 위너스 이야기를 했는데.
▶다른부분은 떠오르지 않았는데 KDB생명 해체 부분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기까지 오면서도 말을 할지말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선수들 얼굴을 보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말하고 나니 후련한 것 같다.
-끝까지 안심하지 못한 시즌이었다.
▶이번 시즌은 처음부터 힘들었고 불안했다. 1위 자리를 지키면서도 불안한 부분이 많았다. 선수들끼리도 우승을 할 수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고비가 많았다. 중요한 경기마다 패했다. 개인적으로도 체력이 많이 떨어져 경기도 패하다보니 후반에는 힘을 많이 못썼다. 마지막 라운드부터 정말 힘들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 지을만큼 힘들었던 시즌이다. 아직도 정규리그가 안끝난 기분이다. 긴장감이 몸에 계속 베어있다.
-소감으로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코트 안에서 보면 무섭기도 하고 '내가 미워서 그런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울컥할때도 많고 밉기도 하다.(웃음) 그런데 코트 밖에서 보면 제일 생각나고 고마운 분이다. 감독님과 미운정이 많이 들었다.
-지난 시즌 때 본인은 마지막 MVP라고 예상했다.
▶우리 팀으로 봤을 때 임영희도 나이가 많고 감독님이 처음 왔을 때 추구하던 농구를 하는 선수가 하나둘씩 은퇴하면서 색이 바래졌다. 지난 시즌은 위기였는데 좋은 외국인 선수들 때문에 운좋게 위기를 넘겼다. 지난 시즌에는 개인적으로도 재밌게 농구했다. 그 때는 이번 시즌에는 이렇게 좋은 분위기가 올수 없을 것 같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기분을 만끽하면서 받았다. 올해 또 MVP가 될 것이라고 생각못했다.
-내년에도 기대하나.
▶박지수와 올해도 MVP경쟁이 치열했다. 내년에는 타팀이 우승할 수도 있고 이제는 정말 힘들 것 같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각오는.
▶자꾸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이 상을 받은 것에 대해 싫을 때가 많다. 너무 힘들어서다. 하지만 또 그렇게 힘든 것을 넘겨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잘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노력도 많이 하게 된다. 팀이 어렵지만 팀을 이끌수 있는 선수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뿌듯하다. 앞으로도 이 자리를 지켜야할 것 같다.
-여자농구의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말들이 많다.
▶어쨌든 여자농구 수준이 떨어졌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경기력을 잘 못보여드렸다는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이니 선수들이 이번을 계기로 각성하고 위기의식 느껴서 더 노력하면서 개인기량을 많이 발전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