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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으로 '오해'를 푼다, 인천 팬 향해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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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는 '생존왕' 다웠다. 시즌 내내 하위권에서 맴돌았지만 마지막 뒷심을 발휘해 리그 9위로 마감했다. 지난 2003년 창단한 인천은 1부와 2부 리그 사이의 담장을 위태롭게 걸어왔지만 승강시스템이 가동된 2013년 이후 단 한 번도 K리그2(2부 리그)로 추락한 적이 없다. 생존본능이 강한 끈질긴 구단이었다.

하지만 K리그1(1부 리그) 잔류 성공의 환희는 잠시였다. 지난해 말 서포터스와 충돌했다. 서포터스 '파랑검정'은 '구단 운영의 조속한 정상화'란 명목 하에 기자회견을 열고 강인덕 대표이사와 이기형 감독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축구계에는 소위 '되는 집안'은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구단 프런트-선수단-서포터스가 하나로 뭉쳤을 때 좋은 성적을 바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천은 이 중 하나가 삐걱댔다. 잘못된 소문으로 오해가 쌓였다.

그래서 구단이 팬을 향해 문을 열었다. 지난 1일 팬 간담회를 열었다. 강 대표가 직접 팬들 앞에 섰다. 구단-서포터스 사이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히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강 대표는 팬들의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이중국적자인 쿠비는 호주 A리그에서 활약이 뛰어나지 않았는데 영입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등 새 시즌을 위해 구성된 선수들에 대한 질문부터 지난 시즌 서포터스가 제기했던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사실 강 대표는 지난해 8월 자진사퇴한 정병일 전 대표이사에 이어 '구원투수'로 팀을 맡았다. 강 대표는 빠르게 시민구단 사장이 해야 할 역할에 적응해나갔다. 가장 문제로 꼽혔던 재정난을 어느 정도 해결하면서 선수들이 흘린 땀의 가치에 충분히 보상을 해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30여 년간 기업을 이끌어온 전문경영인의 마인드로 소원해진 메인 스폰서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고 수익사업도 다각화했다. 시즌 막판 사기가 오른 선수들은 강 대표 부임 이후 2승7무2패로 1부 리그에 살아남았다.

당시 감독 고유권한인 선수 기용에 관여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명백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팀이 부진하고 생존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감독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묘수를 찾는다. 그러나 경기만 생각하다 보면 주위를 돌아볼 시간이 없을 수 있다. 당연히 강 대표는 구단 총 책임자로서 보고를 받을 권리가 있었다. 그리고 코칭스태프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을 대화로 알려줄 수 있었다. 가령 2016년 30경기를 뛴 선수가 2017년 절반도 못 뛴 부분, 네 명의 억대 연봉 선수 가운데 한 명만 정규리그를 소화한 부분 등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독단적 운영이 아닌 이런 것이 바로 구단-코칭스태프간 소통이었다. 각자의 영역은 존중하돼 팀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활발한 대화로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은 자신이 놓쳤던 부분을 바로 잡고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했다.

서포터스가 요구하는 사퇴는 사실 명분이 부족하다. 감독의 경우 성적이 극히 부진하거나 감독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취해지는 극단의 조치다. 그러나 이 감독은 1부 리그 잔류를 이뤄냈다. 분명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열악한 재정 속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이었다. 강 대표이사의 경우도 그렇다. 청탁, 금품수수 등 법을 어겼다든가 구원투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팬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강 대표는 팀을 맡은 지 2개월여 만에 쌓였던 숙제를 어느 정도 풀어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팬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인천은 팬 간담회를 정례화할 예정이다. 팬은 구단 존재의 이유다. 팬 없는 구단은 운영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