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이 상무급을 포함한 전 직원 대상의 희망퇴직 접수를 2일 마감한다. 이번 희망퇴직은 1만6000명 한국지엠 직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첫 단계인만큼 희망퇴직 신청자 규모와 함께 그 결과에 따라 이후 한국지엠이 인위적 정리해고 카드를 꺼내들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한국지엠 "이런 조건의 희망퇴직 기회는 마지막…"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달 13일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함께 부평·창원·군산 공장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이번 희망퇴직은 노조원뿐 아니라 노조원이 아닌 임원과 팀장급 이상 간부 직원들에게도 '구조조정' 방침을 통보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임직원이 대상이라 할 수 있다.
퇴직 위로금은 근무기간에 따라 연봉의 최대 3년치를 지급한다. 이는 퇴직금과 별도로 지급되는 돈이다. 구체적으로 위로금은 2000년~2011년 입사자는 연봉의 2년치, 1991년~1999년 입사자는 2.5년치, 1990년 이전 입사자는 3년치를 각각 지급한다.
1996년에 완공된 군산공장의 경우 1991년~1999년 입사 근로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의 퇴직 위로금은 2억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임원·팀장 외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조원의 희망퇴직 신청 현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매우 저조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년내 퇴직이 예정된 직원들을 중심으로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신청이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정리해고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면 희망퇴직을 놓친 일부 근로자가 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도 뺏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은 그동안 희망퇴직 신청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2~3차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런 조건의 희망퇴직 기회는 마지막'이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퇴직 그 이후가 더 심각
희망퇴직 규모가 한국지엠의 구조조정 목표치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문제는 심각해 질 수 있다. 한국지엠은 현재 전무급 이상 임원 35% 감축, 모든 본사 파견 외국인 임직원 임원 45% 감축, 모든 직급의 임직원 50% 감축, 상무급 임원 및 팀장급 20% 감축이 목표다. 이는 생산직은 물론 사무직, 임원급을 포함한 전사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군산공장의 희망퇴직 실적이 저조하면 정리해고 수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현재 노조가 군산공장 재가동 등을 주장하며 강경 투쟁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폐쇄가 결정된 군산공장 직원들의 희망퇴직 신청률은 한국지엠 측의 목표에는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지난달 28일 진행된 3차 노사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은 '희망퇴직 시한인 2일 이후 방침'을 묻는 노조에 "아직 이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퇴직 접수를 연장할지, 곧바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일지 방침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미 군산공장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은 3월까지 회사를 떠나라는 일방적 통지를 받은 상태다. 군산공장에는 도급업체 4곳에 소속된 비정규직 200여명이 근무한다. 소속 업체가 두세 번씩 바뀌는 와중에도 20년 가까이 정규직들과 한 공장에서 일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정규직들이 꺼리는 더 위험하고 힘든 작업을 하는데도 급여는 60% 수준이다. 그럼에도 생계를 위해, 정규직 전환이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품고 일해 왔던 만큼 해고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비정규직 해고비상대책위원회는 "정규직에는 희망퇴직 시 퇴직금, 위로금, 자녀학자금, 차량구매 지원금 등이 지원된다"며 "해고로부터 구제가 어렵다면, 희망퇴직자에게 정규직에 준하는 위로금 등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보면 2일 마감되는 희망퇴직 실적이 저조할 경우 정리해고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정부는 충격을 최소할 할 수 있는 정책을 서둘러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