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K리그 우승이다."
2018년 K리그1 개막 전 안승희 제주 사장의 각오였다. 2016년 3위, 2017년 2위. 제주는 상승세였다. 팀 창단 최초로 두 시즌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연속 진출 쾌거도 이뤘다. 기존 제주 특유의 세밀함에 힘과 높이, 속도를 더한 조성환 감독의 색깔도 잘 스며들고 있었다. 제주는 '다크호스' 꼬리표를 스스로 떼버렸다. 이제는 '강호'란 타이틀이 제법 잘 어울리는 팀으로 변했다.
알찬 전력보강이 비결이었다. 외국인선수를 잘 뽑는 건 물론, 다수의 실력파 선수들을 데려왔다. 정점은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이적시장. 진성욱 이창근 이찬동 조용형 김원일 박진포 등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여름엔 류승우 윤빛가람을 손에 넣었다. 그 결실이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 준우승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눈높이는 한껏 높아졌다. 안 사장이 말했듯 목표는 리그 우승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하나가 빠져 있었다. 전력 보강. 제주는 조용하게 겨울 이적시장을 보냈다. 신인선수에 찌아구, 호벨손 등 브라질 공격수를 영입했다. 채워야 할 부분이 분명 있었다. 양 측면 윙백이었다. 안현범은 경찰팀 아산 무궁화에 입대했다. 정 운은 오는 5월 또는 6월 팀을 떠난다. 공익근무 요원이 된다. K3에서 뛸 전망이다. 상주 상무로 입대한 윤빛가람의 빈 자리도 있었다. 이창민 류승우 등 수준급 미드필더들이 있지만, 제주의 목표인 우승에 걸맞는 보강이 필요했다. 그러나 제주는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나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겨울 많은 선수들을 영입해 변화가 컸기에 올 시즌은 기존 선수들로 조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 하지만 K리그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라이벌 팀들은 겨우내 약점을 메우는 핀셋 보강을 했다. '거함' 전북은 손준호 홍정호, 아드리아노를 영입했다. 수원은 데얀, 이기제 임상협을 손에 넣었다. 울산은 주니오, 황일수 박주호를 영입했다. 유독 제주만 조용했다.
안 사장은 "지난 겨울 다수의 선수를 영입했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은 알지만, 이번엔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며 "그렇다고 보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브라질 선수 2명에 신인선수들도 수급했다"고 했다.
지난달 14일 제주의 시즌은 시작됐다. 세레소 오사카(일본)과의 201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1차전. 0대1로 졌다. 경기 종료 직전 골키퍼 이창근의 실수가 있었다. 이를 감안해도 경기력 자체가 좋지 않았다. 이어진 21일 부리람(태국)과의 2차전. 2대0으로 이겼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일 서울과의 2018년 K리그1 홈 개막전은 리그 첫 경기이자 우승을 위한 첫 걸음이었다. 악재가 있었다. 찌아구의 무릎 부상과 호벨손의 컨디션 난조. 오반석은 스포츠탈장 수술로 출전할 수 없었다. 반면, 서울은 칼을 갈고 나왔다. 새로 합류한 미드필더 정현철 김성준을 중원에 세웠다. 제대한 신진호도 가세했다. 일본 J리그를 거친 브라질 출신 골잡이 안델손을 박주영과 함께 전면에 내세웠다.
제주는 내용에서 밀렸다. 전반 30분까지 제주의 볼 점유율은 38%에 불과했다.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후반에 진성욱 류승우를 투입해 반전을 노렸다. 몇 차례 기회는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결과는 0대0 무승부였다. 최근 서울전 7경기 연속 무승(4무3패) 고리를 끊지 못했다.
우승을 논하기엔 너무 무뎠던 제주의 올 시즌 리그 첫 경기. 제주 특유의 세밀함이 없었다. 지난 시즌 빛을 발했던 역동적인 공격 장면도 없었다. 어쨌든 리그는 시작됐다. 그 어느 때보다 조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남들이 앞서갈 때 제자리 걸음을 한 제주의 겨울나기. 그 여파를 조 감독의 용병술로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우리가 그런 부분(전력보강 미흡 문제)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각자 위치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좋은 경기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는 6일 ACL 조별리그 3차전 광저우 헝다(중국) 원정길에 나선다. 조 감독은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서귀포=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