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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연애감정?"…오달수, 성추문 실명폭로 뒤 나온 '반쪽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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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성추문 논란'에 반박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배우 오달수가 지난밤 연극배우 엄지영의 폭로 이후 21시간 만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더불어 최초 '미투 폭로자'인 피해자A에게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성폭행이 아닌 사랑이었다는 오달수의 논리. 과연 피해자들과 대중은 오달수의 반쪽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달수는 지난밤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연극배우 엄지영의 폭로 인터뷰 이후 21시간만에 두 번째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26일 발표했던 "사실무근"을 주장한 첫 번째 입장과 사뭇 다른 입장으로 다시 한번 공분을 샀다.

"최근 일어난 일련에 일들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많은 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을 다해 사과 드린다. 나로 인해 과거에도, 현재도 상처를 입은 분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다. 전부 내 탓이며 나의 책임이다"며 말문을 연 오달수는 "지난 며칠 동안 견뎌내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내 입장이 늦어진 것에 대하여 엄청난 비난과 질타에도 불구하고 깊고 쓰린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 대한 기억이 솔직히 선명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바로 모를 수 있느냐?'라는 질타가 무섭고 두려웠지만 솔직한 나의 상태였다. 이점 깊이 참회한다"고 답했다.

이어 "댓글과 보도를 보고 다시 기억을 떠 올리고, 댓글을 읽어보고 주변에 그 시절 지인들에게도 물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의 내용과 내 기억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었다. 확인하고 싶었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가슴이 터질 듯이 답답했다. 당시 이러한 심정을 올리지 못하고 그저 '그런 적이 결코 없다'고 입장을 밝힌 점, 어떤 비난이라도 감수하겠다.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오달수의 말을 종합해보면 입장이 늦어진 이유는 스스로 과거의 일이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고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들리는 대중의 질타가 무서웠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피해자들의 증언과 내 기억이 달랐고 이런 내 솔직한 심정을 자세하게 밝히지 않은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만 전해 더 큰 비난을 받게 됐다는 오달수다. 성 추문을 둘러싼 자신의 모든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해 심려를 끼쳤고 이 점을 거듭 사과했다.

아무리봐도 이상한 사과다. 오달수의 입장에는 과거 저지른 성 추문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논란에 휩싸인 자신의 상황을 확실히 설명하지 못한 지점에만 "죄송하다"고 언급했다. 결국 알맹이가 빠진 '반쪽 사과'인 셈이다.

또한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는 대목은 자신의 성 추문을 폭로한 피해자A와 엄지영을 향해 진심어린 사과가 아닌 당시 오달수가 가진 감정을 고백하고 해명하는 지점이다.

두 번째 공식입장에서 오달수는 피해자 A에게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다면, 그 사람(피해자A)은 굉장히 소심했고 자의식도 강했고 무척이나 착한 사람이었다. 글 쓰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희곡이나 소설을 써보라고 말해주기도 했다"며 피해자A를 추측했고 이어 "나는 이미 덫에 걸린 짐승처럼 팔도 잘렸고, 다리고 잘렸고, 정신도 많이 피폐해졌다. 감당하겠다. 행운과 명성은 한 순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세상 이치는 알고 있다. 25년 전 잠시나마 '연애 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점이든 내가 상처를 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 드리겠다. 상처를 안고 살아온 것에 안타깝고 죄스러운 마음 무겁다. 금방은 힘들겠지만 그 상처 아물길 바란다. 그리고 피해자A님이 원하는 방식으로, 대면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피해자A는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작성된 게시글 댓글을 통해 오달수의 성 추문을 최초로 폭로한 피해자다. 피해자A는 오달수를 향해 "1990년대 부산 가마골 소극장. 어린 여자 후배들을 은밀히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던 연극배우"라며 "1990년대 초반 이윤택 연출가가 소극장 자리를 비웠을 때 반바지를 입고 있던 내 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고 함부로 휘저었다"고 밝혔다.

피해자A의 폭로에 오달수는 곧바로 논란을 해명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 의혹을 키웠고 실명이 드러난 엿새 만에 "나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런 행동(성추행)은 하지 않았다"고 피해자A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실체 없는 네티즌의 허위 주장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피해자A는 오달수의 입장 발표 이후 JTBC '뉴스룸'에 출연, "과거 오달수와 연극 '쓰레기들'에 함께 출연했다. 그때 당시 오달수가 4기 선배였다. 우리에겐 상당히 높은 선배였고, 어느 날 내게 잠시 이야기하자며 따라갔다 성폭행을 당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못했던 일이었다"며 과거 발생했던 또 다른 성 추문을 덧붙여 오달수를 비난하기도 했다. 오달수가 자신했던 실체 없던 네티즌이 방송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자 대중들 역시 피해자A의 주장을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오달수는 피해자A의 주장에 "사실무근"이라며 강경 대응했다. 피해자A의 주장을 두고 명예훼손이라며 법정공방까지 예고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두 번째 입장에서는 피해자A를 향해 '연애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A를 부정했던 전과 달리 성폭행을 사랑으로 여긴 오달수는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가진다며 그 상처가 금방 아물길 바란다고 했다. 마치 제3자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뉘앙스다. 여러모로 아이러니한 오달수식 사과다.

오달수의 이상한 사과는 엄지영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오달수는 "나로 인해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님이 용기 내어 TV에 나오게 한 것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어떻게 말하든 변명이 되고 아무도 안 믿어 주시겠지만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그러나 나에게 주는 준엄한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 부디 마음 풀어주시고 건강해라"고 당부했다.

엄지영은 직접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오달수 성 추문의 두 번째 폭로자다. 엄지영은 지난밤 '뉴스룸'에 출연해 "2000년 초반 오달수를 처음 만나 연기 조언을 구했다가 모텔로 이끌려가게 됐다. 편하게 이야기하자면서 '더운데 씻고 하자'는 식으로 옷을 벗겨주려고 제 몸에 손을 댔다"고 고발했다. 그는 "댓글 올린 분의 글을 보고 '나도 이제 얘기할 수 있겠구나'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피해자A가 마녀사냥 당하고 댓글을 내리더라. 오달수가 사과를 할 줄 알았다. 기다렸는데 사과는커녕 그 사람이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없었던 일처럼 말하는 게 용서가 안됐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이 '선생님 열심히 할게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 아이들이 열심히 해서 현장에서 나 같은 일을 당하게 될까 너무 싫었다. 나 역시 내 이름을 공개하지 않으면 없었던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래,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 용기를 냈다"고 분개했다.

그야말로 성 추문 사건의 새 국면을 연 실명 폭로였고 오달수가 두 번째 입장을 발표하게 만든 폭로였다.

이런 엄지영의 폭로에 자신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든 변명으로 비춰질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는 오달수. 성추행을 한 과거의 일에 대한 사과는 언급조차 없다. 마음 풀고 건강하라는 말이 전부다. 피해자A와 달리 연애 감정을 운운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성 추문 사실을 인정하거나 진심어린 사과는 없다. 안타까운 상황을 아파할뿐이다.

마지막으로 오달수는 "지금껏 살아온 내 삶을 더 깊이 돌아보겠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한 행동과 말에 대한 어떤 책임과 처벌도 피하지 않겠다. 또한 내 행동으로 인해 2차, 3차로 피해를 겪고, 겪게 될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 드린다. 그동안 내가 받기 과분할 정도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분께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 다시 한번 거듭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진짜 오달수의 사과를 받아야 할 이들은 피해자들이다. 물론 '천만 요정'의 성 추문으로 충격받은 대중에게도 사과를 전해야하지만 일단 자신의 과오를 인정, 몇십년간 상처를 품고 끙끙 앓아야만 했던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해야하는게 먼저다. 과거 잠시 스쳤던 연애 감정을 고백받고 싶었던 게 아니다. 오달수의 두 번째 입장 역시 결국 허무한 해명으로 끝났다. 결국 오달수는 대중에게 돌아갈 골든타임마저 놓친 셈이 됐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