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23세 이하(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2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신임 감독 선임 소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김학범 감독에게 U-23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김학범 감독은 오는 8월 개최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U-23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김학범 감독의 취임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U-23 대표팀 새 감독을 정할 때부터 물망에 올랐던 지도자다. U-23 대표팀은 김봉길 전 감독 체제로 나섰던 지난 1월 중국 창저우에서 열렸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4위에 머물렀다. 결과도 결과였지만 부진한 내용이 더 큰 문제였다. 결국 김봉길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김판곤 위원장은 차기 감독 선임 조건으로 '단기간 내 성과를 낼 수 있고 최근 5~7년 사이 성과를 낸 경험 있는 지도자'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김학범 감독은 축구협회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지도자다. 국민은행 코치로 1993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대표팀 코치, 성남 일화(현 성남FC) 수석코치를 거쳐 2005년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듬해 성남 일화를 K리그 챔피언으로 이끈 바 있다. 이후 강원FC와 성남FC에 시즌 중반 합류해 잔류를 이끌어내면서 단기전 수완을 발휘했다. 성남FC에서는 FA컵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진출의 성적도 냈다. 확고한 축구관을 지녔음에도 선수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시즌 중 끊임없이 상대팀을 분석하고 비시즌기간 자비를 들여 유럽-남미로 연수를 다녀오는 등 열정을 보여주면서 '공부하는 지도자', '학범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풍부한 경험 속에 단기전에 능하고 세계 축구의 흐름을 주시해온 지도자라는 협회의 조건과 일맥상통한다.
아시안게임은 김학범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 가장 큰 도전이 될 전망이다. AFC U-23 챔피언십 졸전 속에서 드러난 대표팀 전력은 '강호'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모자라는 수순이었다. 새 얼굴을 발굴한다고 해도 프로와 달리 한정적인 훈련 시간을 감안하면 제대로 색깔을 낼 만한 시간이 많지 않다. 황희찬(잘츠부르크) 김민재(전북) 백승호(지로나) 이승우(베로나) 이진현(오스트리아빈)에 와일드카드 후보 손흥민(토트넘)까지 가세하면 전력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으나 이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